[다이어리 #36] 끄으으으읕!
작년 이맘 때 즈음 TV에 나온 우릴 보고는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더랬다. 우리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고. 그렇게 야심차게…
렉스턴 스포츠가 미국의 픽업트럭과 다른 점은 바로 짐칸의 크기이다. 렉스턴 스포츠를 주문해놓고 캠퍼셸을 만들기 전까지 여행을 다니기 위해…
렉스턴 스포츠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개조를 시작하지 못했다. 날씨도 춥고 책을 써야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건 핑계라는걸 깨달았다. 4년 전에도…
이 블로그의 시작이자 존재의 이유였던 밴라이프가 멈춘 뒤로 솔직히 말하자면 블로그에서 마음이 떠나 있었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크로아티아 국경을 통과했을 땐 3월 말이었고 민박집을 하기에 적당한 곳을 찾아 이사한건 4월 말이었다. 집을 구하는게 쉽지 않을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한달이나 걸릴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밴이 있었기에 집을 구하는 동안 지낼 곳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크로아티아에서 밴라이프를 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민박집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지난 해 여름에 왔을 때에도…
그냥 그곳에 밴을 버리고 집에 가고 싶었다. 도대체 내가 뭣때문에 여기에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나 억울했다. 허름한 내 차림새도 꼴보기 싫었고 돈이 없어서 허덕거리는 것도 지쳐있었다. 민박집이고 자시고 다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밴을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유는 몇 주 뒤에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스냅사진이 몇 건 예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약금으로 받은 돈은 이미 다…
혜아가 한국에 갔다 오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꽤나 오래 전 부터 이야기를 나눠왔다. 밴라이프 초반에는 언제나 부족한 돈 때문에 몇 달만 한국에 들어가서 돈을 벌어 올테니 그동안 나 혼자 밴라이프를 하고 있으면 어떻겠냐고 했었다. 그 당시엔 혜아를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6개월 이내에 돌아올거라면 그렇게 하라고 대답했지만 지금 내가 아는 혜아는 아마 그때 한국에…
항상 공짜로 머물 수 있는 장소들만 찾아다녔기에 우린 별의 별 정박지들을 다 가보았다. 숲 속이나 강가는 기본이고 마트 주차장이나 공원 주차장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남의 집 앞마당에서도 정박을 하고 태연하게 잠을 잤다. 사랑이가 없을 때에는 호텔 앞 길가 주차장에서 공짜 와이파이를 쓰며 쥐죽은 듯이 하루 종일 지냈었고 밤이 늦어 더 이상 이동하게 힘들 때에는 가던…
우리는 소위 말해 풀타임 밴라이퍼다. 주말이나 휴가 때에만 즐기는 밴라이프가 아니라 먹고 씻고 자는 일을 모두 밴 안에서 해결 해야하는, 24시간 365일을 밴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풀타임 밴라이퍼 생활을 하면서 제일 귀찮을 때가 있으니 바로 식재료를 사러 갈 때이다.보통 국도로 이동을 하는 편이고 국도 중간중간에는 항상 큰 마트가 있기에 우린 지나가면서 필요한걸 그때그때 구입한다.…
2018년 초여름 영국을 출발하기 전, 물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전혀 모를 때 샴푸 스프레이를 사두었다. 이틀만 머리를 감지 않아도 금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려워졌기 때문에 난 혹시라도 물이 없어서 샤워를 못할 상황이 되면 샴푸 스프레이를 뿌려서 버틸 생각이었다. 샴푸 스프레이는 물을 전혀 쓰지 않고 머리에 그냥 뿌리기만 하면 방금 머리를 감고 말린 것…
파리를 떠난 우리는 물을 채울 수 있는 곳을 찾아가면서 무작정 서쪽을 향해 달렸다. 물이 거의 다 떨어졌기에 정말 예쁜 마을들을 그냥 지나치면서 캠핑 앱에 나와 있는 수돗가란 수돗가는 모두 가보았지만 하나 같이 물이 끊겨 있었다. 겨울이라 단수가 되었다는 안내문만 덩그러니 붙어 있을 뿐. 결국 스마트폰으로 프랑스의 서쪽 끝 ‘낭뜨’라는 마을에 사시사철 캠핑카들을 위한 수도시설이 되어…
브뤼셀에서 스냅촬영을 마치고 덩케르크로 돌아가는 길에 우린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 나왔었던 실제 전투 지역 몇 군데를 더 들렀다. ‘포이 전투’가 있었던, 지금도 그 당시에 파 둔 참호들이 남아 있는 부아자끄 숲도 갔고 간호장교 르네가 있었던 교회 야전 병원도 갔으며 미군 셔먼 탱크가 남아 있는 곳도 갔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드라마를 좋아했기에 그 장소들이 우리에겐 특별했지만…
프랑스는 우리가 밴라이프를 하면서 가장 좋아하게 된 나라이다. 정박지 걱정이나 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어딜 가나 어렵지 않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 정박할 수 있고 한적한 주차장도 많으며 겨울을 제외하고는 물을 받거나 버리는 곳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밴라이프에서 가장 큰 걱정을 덜어내는 것이었지만 지금까진 프랑스 그 어디에서도 우리를 낯선 이방인으로 보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는 이유가…
겨울은 비수기라 대부분의 캠핑장이 문을 닫거나 열어도 14유로에서 20유로 사이로 가격이 저렴하지만 우리 통장에 여유가 없으니 캠핑장을 피하는건 당연했다. 게다가 조금만 고생하면 공짜로 물을 채울 수 있었고 약간만 아끼면 해가 짧은 겨울에도 태양열 충전만으로 전기가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내고 캠핑장에 들어갈 이유는 더욱 더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단 한번도 캠핑장을 간 적이 없던 것이었다.그런데…
한 3년 전 쯤 산 워커만 밑창 한쪽이 다 닳아 없어진 채로 신고 있다가 우리도 운동을 하며 사는 인간이 되어보자고 크로아티아 동네 할인매장에서 큰 결심을 하고 5만원에 구입한 겨우 딱 한 달 신은 새 운동화였다. 결심과는 다르게 운동이라고는 스플리트 뒷산 한 번 올라간게 전부였지만 폭신폭신한 밑창의 신발을 신어본게 얼마만인지 몰라 하루하루 걸을 때 마다 감격을…
프라하에는 예정보다 며칠 일찍 도착했다. 브라티슬라바에서 프라하는 정말 가까웠지만 가는 길에 마땅히 정박할 곳도 그리고 가고 싶은 곳도 없었다. 우린 유명한 여행지를 가는 것보다는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도란도란 지내는 것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빨리 시끄럽고 정신없는 도심에 들어가는 것을 택했다. 가끔은 오히려 사람 많고 정신없는 곳에서 우리가 더 눈에 띄지 않아 안전하게 지낼…
혜아는 10월 부터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기 시작한다. 일 년 중에 혜아가 가장 기대하는 날이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면 신이 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혜아를 만나고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린 체코 프라하에서 숙소를 하루 잡아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했다. 혜아가 프라하에 가보고 싶어했고 크로아티아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된 한국인 발레리나가 크리스마스…
우리는 밴라이프를 하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차박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고 심지어 우린 캠핑을 싫어했으며 지금도 싫어한다. 혼자서 밴을 타고 정처 없이 다니며 작품사진을 찍어서 무언가 해보겠다는 막연한 상상만으로 화물차를 사서 개조하다가 세계를 여행하고 싶어 하던 혜아를 만난 후 캠퍼밴은 돈 아끼면서 살아가고 일하며 여행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되었다. 오로지 수단으로만 생각했기에 편안한 삶을 기대하지 않았고 그걸 목표로 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필수요소만은 갖추자는…
처음엔 왜 경유를 넣으면 안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도 왜 등유난로에 경유를 넣으면 안되는지 설명해주지 않았고 등유와 경유가 왜 다른지 ‘카더라’가 아닌 직접 체험을 해본 사람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등유는 경유에 비해 훨씬 더 깨끗하게 정유가 되어있기 때문에 경유를 태우면 몸에 해로운 물질들이 나온다는 것 뿐이었다. 사실 연료비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고 쉽게…
기분이 상한 난 혜아와 사랑이를 데리고 버스에서 내렸다. 그때부터 주위에 있는 모든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 우리를 째려보는 듯 했고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이미 약속시간은 너무 늦어버렸고 약속장소까지 갈 방법이 없어 지인에게는 사정을 설명한 뒤에 약속을 취소하고 밴으로 다시 터벅터벅 걸어 돌아왔다. 너무나 허탈하고 힘이 빠졌지만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차가 흔들리고 신발이 벗겨지면서 낮선 사람이 말까지 걸고 지나가니 온통 정신이 없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엇이 원인이지 파악하기가 힘들었지만 일단은 차가 흔들려서 나온거니 반대쪽 운전석으로 돌아가보았다. 앞바퀴에는 아무런 걸쇠나 자물쇠가 걸려 있지 않았으니 일단 다행이었다. 앞문도 대충 보기에 억지로 열려고 찌그러뜨리거나 파손시킨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차는 왜 흔들리고 덜컹 거리는 소리가 났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
상점들이 문을 닫는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겨우 등유를 살 수 있었다. DIY숍도 갔었고 캠핑용품점도 갔었으며 심지어 자동차 부품점까지 갔었지만 설마 팔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길가에 덩그러니 있는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철물점에서 등유를 팔고 있었다. 겨울은 이제 시작이니 한참을 쓸 수 있을만큼 사야겠다는 생각에 1리터 짜리 PET 병에 든 등유를 10병 샀다. 이정도면 충분할 것…
처음으로 배터리가 방전이 되었던건 영국에서 밴을 구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얼터네이터(자동차 배터리를 충전해주는 모터 장치)가 고장났을 때 였다. 얼터네이터를 교체하고 나서는 문제가 없었고 한번 쯤은 방전될 수 있으니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나서 프랑스 파리에서였다 . 경찰이 빨리 차를 빼라고 재촉을 하는 와중에다행히 옆에 있던 캠핑카의 도움으로 다시 시동을 걸 수 있었지만 왜 방전이 되는지는 알…
루크의 말에 따르면 그 두 까만 강아지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태어난 자매였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태어난지 삼 개월 정도된거 같다는 둘은 그동안 꼭 붙어다녔다는데도 성격이 완전히 달라보였다. 무릎 위에 매달려있던 아이는 엄청 활발했다. 내 몸에 달라붙어 있던 다른 강아지들에게 저리 가라고 소리를 치거나 쫓아내려는 듯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바빴다. 반대로 내 발등 위에 누워 있던 아이는 별다른 움직임…
이때부터 조금씩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설마 미국에서 크로아티아로 강아지를 보내는게 그렇게 쉬울까 싶었는데 역시나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급하게 재촉하는 그 주인의 태도가 무언가 깨름칙했다. 강아지를 어떻게 항공운송을 하는지 나도 정확히 아는게 없었지만 운송을 하기 위해서 운송회사까지 갔으면서 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강아지가 비행기에 실리기 직전에서야 통관에 필요한 금액을 보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혜아와 내가 민박집 스태프 일을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직업과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여행을 나오게 된 이야기를 민박집 식탁 앞에 맥주를 들고 앉아 듣는건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일과였다. 영국의 민박집에서 일할 땐 밤마다 맥주가 모자를 정도로 늦은 시간까지 투숙객들과 함께…
어차피 밴라이프를 하며 여유로움을 즐겨본 적이 없으니 아쉬울 것도 없었다. 분명 우리는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밴에서 살고 있는데 항상 바빴고 정신없었으며 고달팠다. 그러니 여유롭게 크로아티아를 즐기려던 계획이 틀어졌어도 언제나 그렇듯 우린 괜찮았다. 오히려 한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삼일 뒤에 스플리트에 도착을 하기로 계획을 바꾸고 민박집에 연락을 해 인터뷰 날짜를 앞당겼다.…
우리는 유명한 여행지와 잘 맞지 않는다. 이거 하나는 정말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밴을 놓고 관광지를 여행 할라치면 혜아는 어딘가 아팠고 무언가 관람하러 가기로 하면 꼭 전날 지금은 기억할 수 없는 이유로 싸웠다. 그래서 우린 제대로 여행을 하지 못한 적이 많았고 관람을 하지 못한 박물관들이 제법 있었다. 지출을 줄이기 위한 검소한 여행이라고 애써 포장했지만 실상은…
슬로베니아에 도착하고 난 뒤 우린 밴에 큰 문제점이 두 가지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밴을 샀을 때 부터 왠지 모르게 차의 왼쪽 앞부분이 기울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제대로 높낮이를 재어보니 아무래도 왼쪽 앞바퀴의 충격흡수장치가 고장난 듯 했다. 충격흡수장치는 특수한 액체로 채워져 있어서 일정한 높이로 차를 떠받치고 있는데 만일 금이 가거나 깨져서 액체가 새어나오면 힘을…
밴을 구입하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단 한순간도 쉬운 적이 없었다. 난관을 넘으면 또다른 난관이 있었고 문제를 해결하면 새로운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풀었다 싶으면 다시 꼬였고 꼬인건 한번 더 꼬였다. 그래도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재미가 나름 있었기 때문에 사실 힘들다거나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하지만 30도를 훌쩍 넘어가는 대낮에 펄펄 끓는 아스팔트 위 모기가…
자유롭고 행복한 우리의 밴라이프는 점점 고질적인 돈 문제에 의해 잠식되고 있었다. 자유롭지만 돈이 없어서 자유롭지 못하고 행복했지만 돈이 없어서 행복하지 못했다. 맛있는 음식이 많은 프랑스에서 지내도 맛있는 음식은 단 한번도 사먹지 못했고 박물관 입장권이 아까워서 들어가지 못했으며 아름다운 스위스에서는 얼음동굴로 올라가는 기차도 우린 산을 오르는게 싫다며 억지로 괜찮은 척을 했다. 괜찮았지만 괜찮지 않았고 행복했지만 행복하지…
밴라이프에 관련된 사진이나 영상들을 보면 매일 아름다운 정박지에 차를 세우고 밴을 예쁘게 꾸민 뒤 예쁜 옷을 차려입고 맛있는 음식들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수영을 하고 자전거를 타며 살것 같지만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람들 마다 다를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 전에도 설명했지만 보통의 삶과 전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밴라이프를 풀타임으로…
막 해가 떠오르고 있던 산 위의 정박지는 그 어떤 말로도 표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눈 앞의 산등성이와 들판은 일출의 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저멀리로는 엄청난 크기의 하얀 산맥이 지나가고 있었다. 밴라이프를 하면서 몇 번 꺼낸 적 없던 카메라를 꺼내들고 정신없이 사진을 찍어댔다. 카메라 장비에 아무런 욕심이 없던 내가 이 날은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을…
우리가 밴라이프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획은 물론이고 목적지도 없었던 우리는 이동하고 싶을 때 이동했고, 쉬고 싶을 때 쉬었다.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렀고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책임하거나 생각없이 산다는 말은 아니다. 하고 싶은대로 하는 대신에 그 결정에 책임을 졌고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서 행동했다. 그리고…
난 모기가 싫다 난 모기를 정말 싫어한다.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한다. 모기에 대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모기에 쉽게 물리는 체질이기 때문이다. 혈액형은 O형이고 체온이 높으며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린다. 그리고 실제로 여름에는 모기에 정말 많이 물린다. 긴 옷을 입으면 안물린다고 하지만 난 더위도 많이 타기 때문에 긴팔 긴바지는 꿈도 못꾼다. 한국에서는 항상 몸에 바르는…
한여름 자연 속 밴라이프란 파리를 떠나기 전 우린 작은 한인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품들을 채웠다. 파리에 들어올 때 보다는 경제적인 여유가 조금은 더 있었으니 고추장과 된장 외에도 그동안 너무나 먹고 싶었던 것들을 조금 욕심을 내서 사기로 했다. 욕심을 내봤자 신라면과 불닭 볶음면 그리고 냉면 정도였지만 언제 다시 도시로 들어갈지 알 수 없으니 우리에겐 너무나 소중한 보물이나…
3월 말 밴라이프를 시작한 이후 거의 4개월 만에 처음으로 밴을 떠나서 잠을 자게 되었다. 우리의 집이고 이동수단이며 너무나 사랑하는 보금자리였지만 수리를 하기 위해 며칠 동안 숙소에서 지내야만 한다는 것에 사실 우린 들떴다. 비용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정비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한인 민박을 잡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할 수 있고, 남이 해주는 한식을…
2018년 8월 1일.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우린 수리에 필요한 500유로를 모아서 정비소로 차를 몰았다. 차로는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니 조금만 정신 차리고 운전하면 될터였고 반나절 정도만 기다리면 수리가 다 끝나고 다시 파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떴다. 에어콘이 없는 밴은 몇 분 거리의 짧은 거리를 가는데도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더웠지만…
급한대로 길가에 차를 세워서 보니 앞바퀴 저 안쪽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짧은 지식으로도 브레이크 오일이 센다는걸 예상할 수 있었다. 이대로 계속 운행하면서 브레이크를 밟아댄다면 브레이크 오일이 다 흘러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예 제동 기능을 상실할테니 최대한 빨리 어딘가에 차를 세우고 상태를 자세하게 봐야할 것 같았다. 당장 생각나는 곳은 전날 우리가 하루 정박했던 DIY 매장…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더워지고 있었고 밴을 주차한 주차장 주위로 알 수 없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펜스가 놓여지고 커다란 구조물들이 그랑빨레 앞 큰 길을 따라서 세워지기 시작했다. 얼핏보기에는 관람석 같았다.단 하루도 스타벅스의 에어컨 밑에 있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날이 계속되었지만 여지없이 화창한 어느 날 오후, 얼마 전 혜아 덕분에 구매대행 알바가 잡은 덕분에 우리는 스타벅스에 가지…
6월로 들어선 파리는 점점 더워지기 시작했다. 단열재 덕분에 26~27도 정도는 밴 안에서 어렵지 않게 생활할 수 있었지만 한낮이 되면 바깥 온도는 30도에 가까워졌고, 밴은 그야말로 찜통이 되었다. 시원한 강가로 가고 싶기도 했지만 파리의 정박지는 그 어느 나라에서 두 번 다시 찾을 수 없는 최고의 위치에 있었다. 웬만큼 돈이 많지 않고서야 어찌 샹젤리제 거리에서 살 수 있으랴. 우린 그렇게 무작정…
우여곡절 끝에 파리에 입성했다. 도착하던 날 날씨는 화창했고 거리 곳곳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막 밴을 몰고 파리의 외곽에 들어왔을 뿐인데 기분은 이미 파리 한복판에 있는 듯 신이 났다. 얼마 전 알게 된 캠핑앱을 이용해서 파리 북부 외곽 지역에 적당한 정박지를 찾아 주차를 했다. 큰 레스토랑의 주차장이라 조금은 복잡해 보였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듯 했고, 이미 우리보다…
유럽에서 밴라이프를 하면서 한국 음식을 해먹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에요. 한국과 같은 재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한국 마트에 가도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지요.그래서 앞으로 종종 밴라이프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제한된 재료로 비슷하게나마 한국 음식들을 해먹는 저희의 모습을 보여드릴까해요!그 첫번째로 ‘양파김치 만들기’입니다~ 맛은 보장할 수 없어요…저희 둘다 입맛이 싸구려라서 ^^;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금은 영상과…
영국에서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로 향하던 그 당시 돈은 걱정이였지만 스트레스는 아니였다. 돈이 없다는 사실이 머리에서 떠나지는 않았어도 눈 앞에서 펼쳐지는 풍경에 항상 신이났고 옆에서 함께 즐거워 하고 있는 혜아를 보고 있기만 해도 행복했기 때문인지 돈 문제는 언제나 희미하게 생각의 저 뒤로 밀려 있었다.연료는 게이지의 한 칸을 채울 정도만 넣었고 고속도로는 절대 가지 않았으며 제한 속도…
처음에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만 소리가 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브레이크에서 쇠 갈리는 소리가 커지고 나중에는 달리기만 해도 쇳소리가 났다. 우리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밴라이프는 너무나 흥미진진했고 너무나 두려웠고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깟 쇳소리에 신경이 크게 쓰이지 않았다. 어쨌든 당장은 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게다가 우린 바퀴를 수리할 수 있는 돈이 없었다. 돈이 얼마나 필요할지도 몰랐지만 단…
밴라이프에 조금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즈음 우리는 영국의 남쪽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었다. 프랑스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서였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를 가로지는 ‘채널 해협’을 건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페리를 타고 바다를 건너거나 유로스타를 타고 땅 속으로 가거나. 우리 밴 크기의 차를 타고 건너기엔 페리가 가장 저렴했기에 그 중에서도 가장 싼 아침 첫 번째…
갈수록 용감해지는 캠핑 장소 하루하루 밴에서 살아가는 날이 늘어날수록 캠핑장소는 점점 과감해졌다. 런던 중부 조그만 마을의 마트 뒷편 주차장과 국도변 쉼터에서 신경이 곤두서는 밤들을 보낸 뒤 우리는 계속해서 Lake District를 향해 운전해 올라갔다. 밴 화장실에 오물이 흘러 넘치고 물탱크가 비어서 쩔쩔 매면서도 우리는 잠잘 장소를 찾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가 가고 싶은…
보통의 사람은 하룻 동안 물을 얼마나 쓸까? 아마 그 누구도 자신이 얼마나 쓰면서 사는지 계산해 본 사람은 없을거다. 물은 어디서든 틀면 바로 콸콸 쏟아지는 것이며 너무도 쉽게 원하는 만큼 쓰고 버릴 수 있는 것이기에 그 누구도 자신에게 하루에 얼마 만큼의 물이 필요한지 전혀 알지 못한다.이 전에도 언급했지만 우리나라 1인당 물 사용량은 변기용과 세탁용을 제외하더라도 하루에…
하루하루를 거듭하며 우린 밴라이프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왠지모를 자신감 마저 차오르는 기분이였다. 날이 지날 수록 우리의 캠핑 장소는 과감해졌고 밴 안에서 보내는 저녁이 너무나도 편안하게 느껴졌다. 이제 우리는 완벽한 밴라이퍼가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거침없이 Lake District를 향해 올라갔다.가는 길목에는 혜아와 내가 좋아했던 Peak District 국립공원이 있었다. 4월의 Peak는 아름다웠고 산과 골짜기로 이어지는…
2018년 4월이 끝나갈 무렵, 캠퍼밴이 완성되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소파겸 더블베드가 있었고, 어제든지 요리를 할 수 있는 ‘ㄱ’자 부엌이 마련되어 있었으며, 화장실과 샤워실도 갖춰져 있었다. 우린 백 만원 짜리 밴에 모든 것을 만들어 넣었고 그 기쁨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 어딜 가도 우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으며 좀비나 외계인이 지구를…
‘런던에 편도 항공권을 끊고 왔어요’이 말 한마디가 중국음식에 고개를 쳐박고 있던 나를 그녀에게로 향하게 만들었다. 단 한번도, 전혀 계획 없이, ‘그냥’ 편도 항공권을 끊고 온 한국인 여자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전적으로 보였고 너무나 창의적인 여자로 보였다. 그 말 한 마디에 사람이 달라 보였다. 물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정말 아무런 계획도 없이 편도로 런던에…
밴을 구하는데 3개월이 걸렸다. 돈 한푼 없이 밴을 사서 개조하기로 마음 먹고 영국으로 다시 돌아온지 딱 3개월 만에 밴을 사무실 구석 주차장에 끌고 온 것이다. 무비자로 영국에 들어왔으니 개조할 수 있는 시간은 딱 3개월이 남은거였다. 생각보다 밴을 구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개조 쯤이야 그동안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 해온게 있으니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유학시절 때…
작년 이맘 때 즈음 TV에 나온 우릴 보고는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더랬다. 우리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고. 그렇게 야심차게 작년 가을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수많은 하소연과 변명을 뒤로하고 이제서야 1권을 탈고(?)했다. 내 생각과 경험을 글로 써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처절하게 느끼며 ‘탈고’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부족한 글을 출판사에 넘겼지만. 은근히 욕심이 생긴다. 홍보 열심히 해서…
밴을 가지러 가야만 하게 되었다. 6개월 정도 뒤에 다시 돌아올거라고 굳게 믿고 독일 아주머니의 뒷마당 창고 안에 고이 세워 뒀지만 벌써 일 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고 창고를 리모델링 해야만 한다는 연락에 부랴부랴 독일로 가야만 한다. 이런 식으로 밴을 가지러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밴을 다시 보러 간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신이 나면서도 현실적인 걱정들도 함께 밀려온다.…
렉스턴 스포츠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개조를 시작하지 못했다. 날씨도 춥고 책을 써야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건 핑계라는걸 깨달았다. 4년 전에도 상황은 똑같았다. 영국은 기록적으로 추웠고 민박집은 할 일이 넘쳐났고 밴은 오지게도 멀리 세워져 있어서 오가는데에만 몇 시간이 소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밴을 사자마자 거의 바로 개조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못하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며칠을 머릿 속에…
이 블로그의 시작이자 존재의 이유였던 밴라이프가 멈춘 뒤로 솔직히 말하자면 블로그에서 마음이 떠나 있었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 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싶어서 의지도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번 째 책을 혼자서 발간하고 우리를 사랑해주었던 사람들이 감사하게도 책을 구입해주었으며 그 힘으로 두번 째 책을 쓰고 싶었지만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게다가…
책을 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우리의 밴라이프 이야기를 블로그에 써내려가기 시작한지 1년 9개월 만에 1권이 구독자들에게 배송이 되었다. 첫번 째 책의 배송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글 못 쓰겠다라는 핑계를 만들어놓고 실컷 놀다가 생각보다 2권을 읽고 싶다는 분이 많아서(3명이었던가?) 오늘부터 다음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사실 훨씬 전 부터 2권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지만, 요 몇 주 아니…
요즘 우린 여전히 넉넉하지 않지만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안정이 되었다. 1월에 입양해서 어느 덧 우리와 5개월 넘게 함께 한 파랑이도 안정되어 가는 듯 하고, 한번도 겪어 본 적 없는 큰 개 차별을 한국와서 실컷 당하고 우울해 있던 사랑이도 많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다. 혜아와 나도 번듯한 직장이나 두둑한 월급 봉투가 매달 꽂히는건 아니지만 가끔 맛있는…
우리의 유튜브 영상 마지막에 난 항상 이 자막을 넣는다. Life is Now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자막이 뜨는 영상의 마지막까지 보는지 모르겠지만 난 사람들에게 아주 작게나마 메세지를 주고 싶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고 하지만 결국 지금의 인생은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사실 나도 Life is Now라는 말에 절반 정도 공감하고 나머지 절반은 의심을 했더랬다. 밴라이프를 하면서…
잠자리에 들려고 하면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워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날을 새기 일쑤다.눈을 감기만 하면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져 너무나도 졸음이 쏟아지는데 정신이 맑아져버린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아이디어와 의문 그리고 질문들이 끊임없이 돌아다닌다. 아니 뛰어다닌다고 하는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조용한 방에 혼자 있으면 시끄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내 머릿 속은…
오랫동안 고장나 있던 아이패드가 작년 영국 농장에 오래 머물러 있을 때 뜻하지 않게 살아났다. 그래서 그때 부터 우리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얼마 그리지도 못하고 다시 아이패드는 고장나버렸다. 나의 허접한 그림을 좋아해주던 모든 사람들(혜아와 내 동생 단 두명)이 열열이 응원해준데다가 혜아가 생일 선물로 새 아이패드를 사주면서 다시 시작하려 했다. 그 동안 단 한번도 그려본 적이…
All around me are familiar facesWorn out places, worn out facesBright and early for the daily racesGoing nowhere, going nowhere Their tears are filling up their glassesNo expression, no expressionHide my head, I wanna drown my sorrowNo tomorrow, no tomorrow And I find it kind of funnyI find it kind of sadThe dreams in which…
내가 킹스턴 대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 졸업전시를 준비하면서 나의 작가 타이틀을 Lazy Dean 이라고 정했다.2학년 때 매일 머리감고 단정한 옷에 머리를 못 빗으면 반드시 모자라도 쓰고 나갔던 나에게 교수는 게으르다고 했다. 푹 자고 단정하게 꾸밀 시간은 있고 작업은 하지 않으니 게으르다고 했다. 사실 그 때 즈음 주위 친구들은(죄다 영국인이였고 한국인은 나뿐이었다) 밤에 잠도 안자고 작업하고…
단란하고 평범한 4인 가족이었다.고집스러운 경상도 여자였지만 똑똑하고 정많은 엄마와 무뚝뚝하고 고지식하지만 능력 있는 아빠.이기적이고 차갑지만 유머가 있는 동생. 그리고 그 속에서 매일 멍하니 쓸데없는 생각만 하며 말도 안되는 계획들만 세우던 나. 하지만 가족들이랑 평생 한 집에서 하하호호 하며 살겠다는 오래 전 나의 계획과는 다르게 대기업에 취직한 동생 덕분에 한시름 놓았다며 이제 나만 취직하면 실컷 놀러…
나에게 냄새는 기억을 소환 시켜주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이다. 어떠한 냄새를 맡는 순간 똑같은 냄새를 맡았던 예전의 그 시간과 장소 그리고 분위기까지 마치 사진을 보고 있듯이 눈 앞에 펼쳐지고 심지어 그 때의 내 감정까지 올라오면서 난 아주 잠깐이지만 그 순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까지 든다. 요즘엔 맡기 힘들지만 대형차의 배기구에서 나오는 매연냄새를 맡으면 어렸을 적 엄마와 손을…
조용한 날을 골라 혜아와 단 둘이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 가만히 앉아 윌리암 터너의 그림을 보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싶은 요즘이다. (파랑이가 애플펜슬을 물어 뜯어 스케치북에 연필로 그림….)
난 집에 대한 애착이 없다. 물론 집에 머무르는걸 좋아하는 집돌이에다가 집안일을 하는 것도 재미있어하지만 그렇다고 집을 정성들여 꾸미거나 심지어 구매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지는 않는다. 영국 유학시절 짧으면 6개월, 길어봤자 1년만 살고 이사를 다녀야만 했다. 법으로 정해진건 아니었지만 항상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사를 해야만 했다. 그때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은 내가 생활을 하는 공간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다. 언제 다시 밴라이프를 시작할거냐고. 언제 밴을 다시 만들거며 언제 나갈 계획이냐고.나갈 시기에 대해 먼저 답하자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겠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백신만 맞으면 당장 나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밴라이프를 언제 다시 시작할거냐는 질문에 난 밴라이프를 할 생각이 없다고 답하고 싶다. 난 밴라이프에 관심이 없다. 캠핑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좁은…
몇 년 전 부터인지는 어렴풋하게 기억이 나긴 하지만 어쨋든 그 이후로 일년에 꼭 한 번은 펑펑 울고 싶은 날이 온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감성적으로 변하면서 누군가에게 푹 안겨 목이 쉴 때 까지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기간이 온다. 아무리 즐거운 생각을 하고 재미있는 계획들을 떠올려도 끝은 슬픈 생각으로 끝나며 울컥하곤 한다. 옛날 생각에…
음악 취향이 확고한 난(물론 혜아보단 덜하지만) 내가 인정하고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만 듣는다. 그리고 들어본 적 없는 멜로디와 창의성이 느껴지고 개성이 넘치는 음악을 좋아한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주로 영국 뮤지션들의 음악을 듣게 되는데 미술을 전공한 난 음악의 뮤직비디오도 음악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겼다. 학창시절 ‘지구촌 영상음악’ 이라는 주말 티비 프로그램과 거기에서 발매하는 잡지, 그리고 가끔 사은품으로…
내 동생까지 대학교에 무사히(?) 입학하고 나자 엄마는 정말 열심히 여행을 다녔다.일하며 돈 버는게 가장 중요했던 아빠는 한국에 내버려두고 엄마는 친구분들과 함께 중국부터 유럽까지 부지런히 여행을 했다.물론 전부 다 패키지 여행이여서 영국의 빅벤 조차도 버스 안에서 봤다고 했지만 엄마는 행복해 보였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중국 여행을 다녀 온 엄마는 직접 본 중국의 충격적인 현실을 얘기하느라…
한국에 들어와서 보니밴라이프는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레저 생활 따위 처럼 인식되고 있는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리고 실제로 그런 것 같다. 우린 단지 가장 저렴하게 먹고 자고 이동할 수 있는 수단으로 택한 것이었는데한국에선 가장 좋은 자동차에 가장 좋은 장비와 장치 그리고 일반적인 집과 다름 없는 완벽한 시설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듯…
Permaculture: 영속농업. 자급자족의 공동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것을 꿈꾸며, 지속농업과 그 개념이 유사한 형태의 농업을 일컬음.오래 전 부터 내가 푹 빠져 있는 주제이다. 사실 한글로 번역된 의미는 오늘 글을 쓰면서 처음 알았고 원어 그대로의 의미로는 저것과는 다르다. Permaculture는 자연과 지구의 자원을 소비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스템 안에서 하나가 되어 필요한 만큼만 쓰고 다시 재생산을 하는,…
택배 일을 그만 두고 내 앞에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들이 놓여있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들도 너무 많아 그 많은 시간들도 부족하게 느껴지고 있다. 완성하지 못한 우리의 여행기도 얼른 책으로 내고 싶고 유튜브 구독자 분들을 위해 계획했던 선물 이벤트도 하고 싶으며 사진이나 영어 강의도 틈틈히 하고 싶다. 이 외에도 하고 싶은 일들을 나열해놓고 나니 오래 전 친동생이…
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도 전인 80년대 초반, 아빠는 중동건설 붐을 타고 리비아로 외화를 벌러 갔다. 지금처럼 국제선 비행기가 흔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빠는 일년에 한번만 집에 왔다. 때문에 엄마는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나와 내 동생을 키우느라 독박육아를 해야만 했고 우린 아빠 없는 아이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비만 오면 온통 진흙…
유럽에서 밴라이프를 하며 단 한번도 사랑이와 함께 사는데 불편함을 겪은 적이 없다. 물론 우리의 여행기 글을 읽었다면 몇몇 나라에서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는걸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납득할 수 있는 정도의 당황함이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는 평범한 생활이 불가능 할 정도로 불편하고 이 불편함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유도 찾을 수가 없다. 모든 유럽 도시에서 우리는 사랑이와 쇼핑몰도…
밴라이프를 하면서 우리가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된 것 중 하나가 환경문제였다. 최소한의 물과 최소한의 일회용품을 쓰면서 그동안 집에서 살며 얼마나 환경문제에 무심했는지 깨달았다. 우리는 70리터의 물로 일주일을 살 수 있었고 쓰레기 봉투를 꽉 채우는데에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학을 갔던 2008년도만 해도 영국의 여름은 그리 덥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에어컨이 있는 집을 보기 힘들었고 전자제품 매장에서도…
1)난 산수를 잘 못한다. 산수를 못하니 수학을 잘할리 만무하다. 암산은 당연히 못하고 계산기를 써서 계산해도 틀린다. 그정도로 못한다. 숫자는 방금 봐놓고서도 잊어버리는데다가 거스름돈을 받아도 내가 맞는 액수를 받은건지 그자리에서 계산을 못한다. 얼마나 못하는지 상상이 되지 않는가? 그래놓고 한국에서 대학교는 이공계를 나왔으니 공부를 잘 했을리가 없다. 학창시절 수학 잘해서 뭐하냐며 비슷비슷한 놈들끼리 앉아 큰소리 치며 키득거렸지만…
다음 밴라이프를 계획하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독일에 잠들어 있는 우리의 밴을 처리하는 것.사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밴을 한국으로 가져오고 싶지만 가져오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한국의 법 때문에 노후경유차량으로 분리될 것이 뻔해서 가져 오더라도 마음대로 탈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그래서 요즘엔 한국이 아닌 영국으로 다시 가져가서 처리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가장…
4월이면 우린 새로운 챕터에 들어선다. 6개월 동안 택배회사에서 하루 평균 17000 걸음을 걸으며 5kg이 넘는 몸무게를 잃은 결과 정착에 필요한 아주 최소한의 것들을 갖추었고 덕분에 프리랜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매달 꼬박꼬박 통장으로 들어오는 월급을 포기하는 것이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고 그 사실 때문에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지만 걱정되면서도 기대가 된다는…
밴에서 살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정박지였다. 예전 글에서도 쓴 적이 있지만 주변 환경에 따라 우리의 기분은 오르락내리락 했기에 항상 안전하고 아늑하며 눈치 볼 필요 없이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곳을 주로 선호 했다. 물론 그런 곳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느 날엔 공영 주차장에서 몰래 잘 때도 있었으며 또 어느 날엔 위험한 뒷골목에서 하루를…
Ladys and gentelmenGood morningIt’s still early and it’s timeTo get out to be impatient Life is not a highwayIt is a road made out of intersections, twists and turnsCreated by nobody else but you Don’t settleGoRideFind your own path Is your engine running?Good Embrace headwindFeel how it can change directionJust like you can And here…
우리의 다음 밴라이프를 향해 한 걸음 씩 다가가고 있는 지금 수많은 생각들을 하고 수많은 계획들을 세웠다가 없애기를 반복하며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요한 결정을 해야하는 때가 왔다.예전의 나라면 결정을 하는데 그리 큰 고민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지금은 무엇 때문인지 끊임없이 계산하고 고민하고 있다. 목표가 있으면 일단 시작하고 나서 문제는 그 뒤에 해결하면 된다는 공식을 확고하게…
제목: 다이어리날씨: 밤에 일하고 낮엔 자느라 잘 모르겠음 며칠 전 부산을 1박 2일로 놀러 갔다 서울로 돌아오던 밤 국도 어딘가에서 이런저러한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얘기하던 중이었다. 그리운 우리의 밴라이프를 추억하며 현재의 답답한 모습에서 언제올지 모르는 미래를 계획만 하고 있자니 무능력하고 현실감 없게 느껴지는 지금이 참기 힘들다는 얘기였다. 어둡고 구불구불한 국도의 보이지 않는 끝을 같이 바라보며…
나에겐 딱 한 명의 진짜 친구가 있다. (물론 몇 명이 더 있긴 하지만 일단 극적인 상황을 더하기 위해 한 명이라고 하자.) 초등학교 4학년 때 미국에서 전학을 온 그 친구는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를 올라갈 때엔 우수한 성적으로 특별고를 가는 바람에 몇 년 동안 잊고 지내다가 대학교에서 우연히 동창들을 만나게 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시 만난 뒤…
영국의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어느 날 교수님이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그랬다. “빨리 포기해야 그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어” 갑자기 오늘 그 말이 생각났다. 아니라고 생각되면 빨리 포기해야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나는 단 한번도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한 적이 없다. 하고 싶은 일을 골랐기 때문이지 돈을 많이 버는 일을 고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부유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엄마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된 시기에 나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엄마의 병간호에 드는 비용이 워낙 막대했기에 난 학비를 지원 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만 했다.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