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라이프의 행복

[밴스토리 #44] 변한 것은 우리의 욕심 뿐이었다

항상 공짜로 머물 수 있는 장소들만 찾아다녔기에 우린 별의 별 정박지들을 다 가보았다. 숲 속이나 강가는 기본이고 마트 주차장이나 공원 주차장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남의 집 앞마당에서도 정박을 하고 태연하게 잠을 잤다. 사랑이가 없을 때에는 호텔 앞 길가 주차장에서 공짜 와이파이를 쓰며 쥐죽은 듯이 하루 종일 지냈었고 밤이 늦어 더 이상 이동하게 힘들 때에는 가던…

[밴스토리 #43] 풀타임 밴라이퍼는 불편하다

우리는 소위 말해 풀타임 밴라이퍼다. 주말이나 휴가 때에만 즐기는 밴라이프가 아니라 먹고 씻고 자는 일을 모두 밴 안에서 해결 해야하는, 24시간 365일을 밴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풀타임 밴라이퍼 생활을 하면서 제일 귀찮을 때가 있으니 바로 식재료를 사러 갈 때이다.보통 국도로 이동을 하는 편이고 국도 중간중간에는 항상 큰 마트가 있기에 우린 지나가면서 필요한걸 그때그때 구입한다.…

[밴스토리 #42] 무계획과 무일푼의 밴라이프였다

2018년 초여름 영국을 출발하기 전, 물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전혀 모를 때 샴푸 스프레이를 사두었다. 이틀만 머리를 감지 않아도 금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려워졌기 때문에 난 혹시라도 물이 없어서 샤워를 못할 상황이 되면 샴푸 스프레이를 뿌려서 버틸 생각이었다. 샴푸 스프레이는 물을 전혀 쓰지 않고 머리에 그냥 뿌리기만 하면 방금 머리를 감고 말린 것…

스페인 밴라이프

[밴스토리 #41] 밴라이프는 사실 전쟁이다

파리를 떠난 우리는 물을 채울 수 있는 곳을 찾아가면서 무작정 서쪽을 향해 달렸다. 물이 거의 다 떨어졌기에 정말 예쁜 마을들을 그냥 지나치면서 캠핑 앱에 나와 있는 수돗가란 수돗가는 모두 가보았지만 하나 같이 물이 끊겨 있었다. 겨울이라 단수가 되었다는 안내문만 덩그러니 붙어 있을 뿐. 결국 스마트폰으로 프랑스의 서쪽 끝 ‘낭뜨’라는 마을에 사시사철 캠핑카들을 위한 수도시설이 되어…

낭뜨로 가는 캠퍼밴

[밴스토리 #40] 밴라이프는 나와 감정의 싸움

브뤼셀에서 스냅촬영을 마치고 덩케르크로 돌아가는 길에 우린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 나왔었던 실제 전투 지역 몇 군데를 더 들렀다. ‘포이 전투’가 있었던, 지금도 그 당시에 파 둔 참호들이 남아 있는 부아자끄 숲도 갔고 간호장교 르네가 있었던 교회 야전 병원도 갔으며 미군 셔먼 탱크가 남아 있는 곳도 갔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드라마를 좋아했기에 그 장소들이 우리에겐 특별했지만…

밴라이퍼

[밴스토리 #39] 도둑들도 싫어한 밴라이퍼들

프랑스는 우리가 밴라이프를 하면서 가장 좋아하게 된 나라이다. 정박지 걱정이나 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어딜 가나 어렵지 않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 정박할 수 있고 한적한 주차장도 많으며 겨울을 제외하고는 물을 받거나 버리는 곳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밴라이프에서 가장 큰 걱정을 덜어내는 것이었지만 지금까진 프랑스 그 어디에서도 우리를 낯선 이방인으로 보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는 이유가…

캠퍼밴 라이프

[밴스토리 #38] 우린 캠퍼밴에서 살고 있다

겨울은 비수기라 대부분의 캠핑장이 문을 닫거나 열어도 14유로에서 20유로 사이로 가격이 저렴하지만 우리 통장에 여유가 없으니 캠핑장을 피하는건 당연했다. 게다가 조금만 고생하면 공짜로 물을 채울 수 있었고 약간만 아끼면 해가 짧은 겨울에도 태양열 충전만으로 전기가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내고 캠핑장에 들어갈 이유는 더욱 더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단 한번도 캠핑장을 간 적이 없던 것이었다.그런데…

[밴스토리 #37] 계획하지 않았으니 가능했던 날들

한 3년 전 쯤 산 워커만 밑창 한쪽이 다 닳아 없어진 채로 신고 있다가 우리도 운동을 하며 사는 인간이 되어보자고 크로아티아 동네 할인매장에서 큰 결심을 하고 5만원에 구입한 겨우 딱 한 달 신은 새 운동화였다. 결심과는 다르게 운동이라고는 스플리트 뒷산 한 번 올라간게 전부였지만 폭신폭신한 밑창의 신발을 신어본게 얼마만인지 몰라 하루하루 걸을 때 마다 감격을…

[밴스토리 #36] 하지만 지금의 우리가 더 행복해

프라하에는 예정보다 며칠 일찍 도착했다. 브라티슬라바에서 프라하는 정말 가까웠지만 가는 길에 마땅히 정박할 곳도 그리고 가고 싶은 곳도 없었다. 우린 유명한 여행지를 가는 것보다는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도란도란 지내는 것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빨리 시끄럽고 정신없는 도심에 들어가는 것을 택했다. 가끔은 오히려 사람 많고 정신없는 곳에서 우리가 더 눈에 띄지 않아 안전하게 지낼…

브라티슬라바 에어비앤비

[밴스토리 #35] 에어비앤비는 불편해야만 했다

혜아는 10월 부터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기 시작한다. 일 년 중에 혜아가 가장 기대하는 날이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면 신이 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혜아를 만나고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린 체코 프라하에서 숙소를 하루 잡아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했다. 혜아가 프라하에 가보고 싶어했고 크로아티아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된 한국인 발레리나가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