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라이프 이야기 #2-1] 상상과 현실의 사이
크로아티아 국경을 통과했을 땐 3월 말이었고 민박집을 하기에 적당한 곳을 찾아 이사한건 4월 말이었다. 집을 구하는게 쉽지 않을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한달이나 걸릴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밴이 있었기에 집을 구하는 동안 지낼 곳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크로아티아에서 밴라이프를 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민박집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지난 해 여름에 왔을 때에도…
크로아티아 국경을 통과했을 땐 3월 말이었고 민박집을 하기에 적당한 곳을 찾아 이사한건 4월 말이었다. 집을 구하는게 쉽지 않을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한달이나 걸릴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밴이 있었기에 집을 구하는 동안 지낼 곳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크로아티아에서 밴라이프를 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민박집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지난 해 여름에 왔을 때에도…
그냥 그곳에 밴을 버리고 집에 가고 싶었다. 도대체 내가 뭣때문에 여기에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나 억울했다. 허름한 내 차림새도 꼴보기 싫었고 돈이 없어서 허덕거리는 것도 지쳐있었다. 민박집이고 자시고 다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밴을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유는 몇 주 뒤에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스냅사진이 몇 건 예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약금으로 받은 돈은 이미 다…
혜아가 한국에 갔다 오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꽤나 오래 전 부터 이야기를 나눠왔다. 밴라이프 초반에는 언제나 부족한 돈 때문에 몇 달만 한국에 들어가서 돈을 벌어 올테니 그동안 나 혼자 밴라이프를 하고 있으면 어떻겠냐고 했었다. 그 당시엔 혜아를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6개월 이내에 돌아올거라면 그렇게 하라고 대답했지만 지금 내가 아는 혜아는 아마 그때 한국에…
항상 공짜로 머물 수 있는 장소들만 찾아다녔기에 우린 별의 별 정박지들을 다 가보았다. 숲 속이나 강가는 기본이고 마트 주차장이나 공원 주차장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남의 집 앞마당에서도 정박을 하고 태연하게 잠을 잤다. 사랑이가 없을 때에는 호텔 앞 길가 주차장에서 공짜 와이파이를 쓰며 쥐죽은 듯이 하루 종일 지냈었고 밤이 늦어 더 이상 이동하게 힘들 때에는 가던…
우리는 소위 말해 풀타임 밴라이퍼다. 주말이나 휴가 때에만 즐기는 밴라이프가 아니라 먹고 씻고 자는 일을 모두 밴 안에서 해결 해야하는, 24시간 365일을 밴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풀타임 밴라이퍼 생활을 하면서 제일 귀찮을 때가 있으니 바로 식재료를 사러 갈 때이다.보통 국도로 이동을 하는 편이고 국도 중간중간에는 항상 큰 마트가 있기에 우린 지나가면서 필요한걸 그때그때 구입한다.…
2018년 초여름 영국을 출발하기 전, 물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전혀 모를 때 샴푸 스프레이를 사두었다. 이틀만 머리를 감지 않아도 금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려워졌기 때문에 난 혹시라도 물이 없어서 샤워를 못할 상황이 되면 샴푸 스프레이를 뿌려서 버틸 생각이었다. 샴푸 스프레이는 물을 전혀 쓰지 않고 머리에 그냥 뿌리기만 하면 방금 머리를 감고 말린 것…
파리를 떠난 우리는 물을 채울 수 있는 곳을 찾아가면서 무작정 서쪽을 향해 달렸다. 물이 거의 다 떨어졌기에 정말 예쁜 마을들을 그냥 지나치면서 캠핑 앱에 나와 있는 수돗가란 수돗가는 모두 가보았지만 하나 같이 물이 끊겨 있었다. 겨울이라 단수가 되었다는 안내문만 덩그러니 붙어 있을 뿐. 결국 스마트폰으로 프랑스의 서쪽 끝 ‘낭뜨’라는 마을에 사시사철 캠핑카들을 위한 수도시설이 되어…
브뤼셀에서 스냅촬영을 마치고 덩케르크로 돌아가는 길에 우린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 나왔었던 실제 전투 지역 몇 군데를 더 들렀다. ‘포이 전투’가 있었던, 지금도 그 당시에 파 둔 참호들이 남아 있는 부아자끄 숲도 갔고 간호장교 르네가 있었던 교회 야전 병원도 갔으며 미군 셔먼 탱크가 남아 있는 곳도 갔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드라마를 좋아했기에 그 장소들이 우리에겐 특별했지만…
프랑스는 우리가 밴라이프를 하면서 가장 좋아하게 된 나라이다. 정박지 걱정이나 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어딜 가나 어렵지 않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 정박할 수 있고 한적한 주차장도 많으며 겨울을 제외하고는 물을 받거나 버리는 곳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밴라이프에서 가장 큰 걱정을 덜어내는 것이었지만 지금까진 프랑스 그 어디에서도 우리를 낯선 이방인으로 보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는 이유가…
겨울은 비수기라 대부분의 캠핑장이 문을 닫거나 열어도 14유로에서 20유로 사이로 가격이 저렴하지만 우리 통장에 여유가 없으니 캠핑장을 피하는건 당연했다. 게다가 조금만 고생하면 공짜로 물을 채울 수 있었고 약간만 아끼면 해가 짧은 겨울에도 태양열 충전만으로 전기가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내고 캠핑장에 들어갈 이유는 더욱 더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단 한번도 캠핑장을 간 적이 없던 것이었다.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