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래퍼, 작가 그리고 혜아와 사랑이랑 함께 밴에서 살아가는 사람
작년 이맘 때 즈음 TV에 나온 우릴 보고는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더랬다. 우리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고. 그렇게 야심차게 작년 가을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수많은 하소연과 변명을 뒤로하고 이제서야 1권을 탈고(?)했다. 내 생각과 경험을 글로 써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처절하게 느끼며 ‘탈고’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부족한 글을 출판사에 넘겼지만. 은근히 욕심이 생긴다. 홍보 열심히 해서…
밴을 가지러 가야만 하게 되었다. 6개월 정도 뒤에 다시 돌아올거라고 굳게 믿고 독일 아주머니의 뒷마당 창고 안에 고이 세워 뒀지만 벌써 일 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고 창고를 리모델링 해야만 한다는 연락에 부랴부랴 독일로 가야만 한다. 이런 식으로 밴을 가지러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밴을 다시 보러 간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신이 나면서도 현실적인 걱정들도 함께 밀려온다.…
렉스턴 스포츠가 미국의 픽업트럭과 다른 점은 바로 짐칸의 크기이다. 렉스턴 스포츠를 주문해놓고 캠퍼셸을 만들기 전까지 여행을 다니기 위해 픽업트럭용 텐트를 알아봤더랬다. 픽업트럭을 타본 적이 없으니 그에 대한 기준도 없어서 몰랐던 것이지만 이베이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150 센티미터 길이의 짐칸은 미국에서 컴팩트 사이즈에도 미치지 못했다. 렉스턴 스포츠 칸이 가장 작은 픽업이라고 하니 우리 차에 맞는 텐트는 당연히…
렉스턴 스포츠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개조를 시작하지 못했다. 날씨도 춥고 책을 써야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건 핑계라는걸 깨달았다. 4년 전에도 상황은 똑같았다. 영국은 기록적으로 추웠고 민박집은 할 일이 넘쳐났고 밴은 오지게도 멀리 세워져 있어서 오가는데에만 몇 시간이 소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밴을 사자마자 거의 바로 개조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못하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며칠을 머릿 속에…
이 블로그의 시작이자 존재의 이유였던 밴라이프가 멈춘 뒤로 솔직히 말하자면 블로그에서 마음이 떠나 있었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 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싶어서 의지도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번 째 책을 혼자서 발간하고 우리를 사랑해주었던 사람들이 감사하게도 책을 구입해주었으며 그 힘으로 두번 째 책을 쓰고 싶었지만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게다가…
어떤 차량을 베이스로 할지 아주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쌍용의 렉스턴 스포츠로 우리의 두번 째 캠퍼를 드디어 만들게 되었다. 아직은 초기 설계단계이지만 최대한 공간이 넓게 나올 수 있도록 여기저기서 남는 곳을 찾아내는 중이다. 렉스턴 스포츠 칸보다 적재함의 길이가 약 30 센티미터 더 짧은 렉스턴 스포츠이다. 그래서 적재함의 길이는 약 130 센티미터이고 폭은 150센티미터이다. 적재함 내부의 모서리들이…
크로아티아 국경을 통과했을 땐 3월 말이었고 민박집을 하기에 적당한 곳을 찾아 이사한건 4월 말이었다. 집을 구하는게 쉽지 않을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한달이나 걸릴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밴이 있었기에 집을 구하는 동안 지낼 곳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크로아티아에서 밴라이프를 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민박집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지난 해 여름에 왔을 때에도…
책을 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우리의 밴라이프 이야기를 블로그에 써내려가기 시작한지 1년 9개월 만에 1권이 구독자들에게 배송이 되었다. 첫번 째 책의 배송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글 못 쓰겠다라는 핑계를 만들어놓고 실컷 놀다가 생각보다 2권을 읽고 싶다는 분이 많아서(3명이었던가?) 오늘부터 다음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사실 훨씬 전 부터 2권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지만, 요 몇 주 아니…
요즘 우린 여전히 넉넉하지 않지만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안정이 되었다. 1월에 입양해서 어느 덧 우리와 5개월 넘게 함께 한 파랑이도 안정되어 가는 듯 하고, 한번도 겪어 본 적 없는 큰 개 차별을 한국와서 실컷 당하고 우울해 있던 사랑이도 많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다. 혜아와 나도 번듯한 직장이나 두둑한 월급 봉투가 매달 꽂히는건 아니지만 가끔 맛있는…
혜아는 어렸을 때 동방신기 팬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국에서 만났을 때 부터 같이 외국 음악만 들었고, 혜아는 나에게 재즈나 피아노 연주곡을 많이 들려줘서 멋져보였다. 혜아는 음악 관련 학과를 전공한 사람답게 음악에 관한 주관도 뚜렷했고 심지어 난 잘 들리지도 않는 미묘한 음악의 디테일까지 잡아냈다. 그런데 요즘 혜아가 아이돌 음악에 빠져 새벽까지 유튜브를 본단다.그것도 봤던 영상을 보고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