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래퍼, 작가 그리고 혜아와 사랑이랑 함께 밴에서 살아가는 사람

[다이어리 #30] Life is Now

우리의 유튜브 영상 마지막에 난 항상 이 자막을 넣는다. Life is Now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자막이 뜨는 영상의 마지막까지 보는지 모르겠지만 난 사람들에게 아주 작게나마 메세지를 주고 싶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고 하지만 결국 지금의 인생은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사실 나도 Life is Now라는 말에 절반 정도 공감하고 나머지 절반은 의심을 했더랬다. 밴라이프를 하면서…

사파랑이는 다르다 #1

사랑이는 샤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샤워실에 데리고 들어가는 것도 힘들었는데 작년 여름 사랑이는 샤워를 좋아하게 됐다.러시아를 통해 한국으로 가기 위해 영국을 떠나 유럽을 지나면서 우린 에어컨 없는 밴에서 버티기 위해 강가도 가고 호숫가도 갔다. 그래도 힘들면 이런저런 핑계를 가져다 붙이며 호텔에 들어갔다. 코로나 때문에 에어콘이 작동이 안되거나 제일 싼 호텔만 찾아가다보니 에어콘이 없는 곳도 있었다.…

[다이어리 #29] 요즘 불면증

잠자리에 들려고 하면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워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날을 새기 일쑤다.눈을 감기만 하면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져 너무나도 졸음이 쏟아지는데 정신이 맑아져버린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아이디어와 의문 그리고 질문들이 끊임없이 돌아다닌다. 아니 뛰어다닌다고 하는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조용한 방에 혼자 있으면 시끄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내 머릿 속은…

[다이어리 #27] 우여곡절 끝에

오랫동안 고장나 있던 아이패드가 작년 영국 농장에 오래 머물러 있을 때 뜻하지 않게 살아났다. 그래서 그때 부터 우리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얼마 그리지도 못하고 다시 아이패드는 고장나버렸다. 나의 허접한 그림을 좋아해주던 모든 사람들(혜아와 내 동생 단 두명)이 열열이 응원해준데다가 혜아가 생일 선물로 새 아이패드를 사주면서 다시 시작하려 했다. 그 동안 단 한번도 그려본 적이…

[다이어리 #25] 밴라이퍼 이야기 제 1 권

내가 킹스턴 대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 졸업전시를 준비하면서 나의 작가 타이틀을 Lazy Dean 이라고 정했다.2학년 때 매일 머리감고 단정한 옷에 머리를 못 빗으면 반드시 모자라도 쓰고 나갔던 나에게 교수는 게으르다고 했다. 푹 자고 단정하게 꾸밀 시간은 있고 작업은 하지 않으니 게으르다고 했다. 사실 그 때 즈음 주위 친구들은(죄다 영국인이였고 한국인은 나뿐이었다) 밤에 잠도 안자고 작업하고…

[다이어리 #24] 새벽에 쓰는 감성글

단란하고 평범한 4인 가족이었다.고집스러운 경상도 여자였지만 똑똑하고 정많은 엄마와 무뚝뚝하고 고지식하지만 능력 있는 아빠.이기적이고 차갑지만 유머가 있는 동생. 그리고 그 속에서 매일 멍하니 쓸데없는 생각만 하며 말도 안되는 계획들만 세우던 나. 하지만 가족들이랑 평생 한 집에서 하하호호 하며 살겠다는 오래 전 나의 계획과는 다르게 대기업에 취직한 동생 덕분에 한시름 놓았다며 이제 나만 취직하면 실컷 놀러…

[다이어리 #23] 냄새의 기억

나에게 냄새는 기억을 소환 시켜주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이다. 어떠한 냄새를 맡는 순간 똑같은 냄새를 맡았던 예전의 그 시간과 장소 그리고 분위기까지 마치 사진을 보고 있듯이 눈 앞에 펼쳐지고 심지어 그 때의 내 감정까지 올라오면서 난 아주 잠깐이지만 그 순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까지 든다. 요즘엔 맡기 힘들지만 대형차의 배기구에서 나오는 매연냄새를 맡으면 어렸을 적 엄마와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