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래퍼, 작가 그리고 혜아와 사랑이랑 함께 밴에서 살아가는 사람

[밴라이프 이야기 #1-20] 현실은 언제나 잔인하다

밴라이프에 관련된 사진이나 영상들을 보면 매일 아름다운 정박지에 차를 세우고 밴을 예쁘게 꾸민 뒤 예쁜 옷을 차려입고 맛있는 음식들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수영을 하고 자전거를 타며 살것 같지만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람들 마다 다를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 전에도 설명했지만 보통의 삶과 전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밴라이프를 풀타임으로…

[밴라이프 이야기 #1-19] 뷰 오브 알프스에서 생긴 일

막 해가 떠오르고 있던 산 위의 정박지는 그 어떤 말로도 표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눈 앞의 산등성이와 들판은 일출의 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저멀리로는 엄청난 크기의 하얀 산맥이 지나가고 있었다. 밴라이프를 하면서 몇 번 꺼낸 적 없던 카메라를 꺼내들고 정신없이 사진을 찍어댔다. 카메라 장비에 아무런 욕심이 없던 내가 이 날은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을…

[밴라이프 이야기 #1-18] 없으니까 행복하다

우리가 밴라이프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획은 물론이고 목적지도 없었던 우리는 이동하고 싶을 때 이동했고, 쉬고 싶을 때 쉬었다.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렀고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책임하거나 생각없이 산다는 말은 아니다. 하고 싶은대로 하는 대신에 그 결정에 책임을 졌고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서 행동했다. 그리고…

[밴라이프 이야기 #1-17] 드디어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난 모기가 싫다 난 모기를 정말 싫어한다.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한다. 모기에 대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모기에 쉽게 물리는 체질이기 때문이다. 혈액형은 O형이고 체온이 높으며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린다. 그리고 실제로 여름에는 모기에 정말 많이 물린다. 긴 옷을 입으면 안물린다고 하지만 난 더위도 많이 타기 때문에 긴팔 긴바지는 꿈도 못꾼다. 한국에서는 항상 몸에 바르는…

한여름 밴라이프

[밴라이프 이야기 #1-16] 자연으로 돌아가다

한여름 자연 속 밴라이프란 파리를 떠나기 전 우린 작은 한인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품들을 채웠다. 파리에 들어올 때 보다는 경제적인 여유가 조금은 더 있었으니 고추장과 된장 외에도 그동안 너무나 먹고 싶었던 것들을 조금 욕심을 내서 사기로 했다. 욕심을 내봤자 신라면과 불닭 볶음면 그리고 냉면 정도였지만 언제 다시 도시로 들어갈지 알 수 없으니 우리에겐 너무나 소중한 보물이나…

[밴라이프 이야기 #1-15] 빽 투더 밴라이프

3월 말 밴라이프를 시작한 이후 거의 4개월 만에 처음으로 밴을 떠나서 잠을 자게 되었다. 우리의 집이고 이동수단이며 너무나 사랑하는 보금자리였지만 수리를 하기 위해 며칠 동안 숙소에서 지내야만 한다는 것에 사실 우린 들떴다. 비용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정비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한인 민박을 잡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할 수 있고, 남이 해주는 한식을…

[밴라이프 이야기 #1-14] 밴라이프 = 문제+ 해결

2018년 8월 1일.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우린 수리에 필요한 500유로를 모아서 정비소로 차를 몰았다. 차로는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니 조금만 정신 차리고 운전하면 될터였고 반나절 정도만 기다리면 수리가 다 끝나고 다시 파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떴다. 에어콘이 없는 밴은 몇 분 거리의 짧은 거리를 가는데도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더웠지만…

[밴라이프 이야기 #1-13] 두 번째 주차장 밴라이프

급한대로 길가에 차를 세워서 보니 앞바퀴 저 안쪽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짧은 지식으로도 브레이크 오일이 센다는걸 예상할 수 있었다. 이대로 계속 운행하면서 브레이크를 밟아댄다면 브레이크 오일이 다 흘러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예 제동 기능을 상실할테니 최대한 빨리 어딘가에 차를 세우고 상태를 자세하게 봐야할 것 같았다. 당장 생각나는 곳은 전날 우리가 하루 정박했던 DIY 매장…

통행금지 3주 차의 우리는

2주 동안 에어비앤비에 머물고 나서 돈을 아끼기 위해 자연 속에 숨어 있으려고 했지만…영국의 지형 특성상 실패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답니다…하하하하하… 4월 14일 오늘 영국은 통행금지를 3주 더 연장했어요. 저희가 밴을 멈춘지 3주가 다되어가니 6주가 넘는 시간 동안 꼼짝없이 갇혔지만 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덕분에 재미있는 영상들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는 시간이 될거 같아요! 이번 영상도…

[밴라이프 이야기 #1-12] 한여름 파리에서 밴라이프 #2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더워지고 있었고 밴을 주차한 주차장 주위로 알 수 없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펜스가 놓여지고 커다란 구조물들이 그랑빨레 앞 큰 길을 따라서 세워지기 시작했다. 얼핏보기에는 관람석 같았다.단 하루도 스타벅스의 에어컨 밑에 있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날이 계속되었지만 여지없이 화창한 어느 날 오후, 얼마 전 혜아 덕분에 구매대행 알바가 잡은 덕분에 우리는 스타벅스에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