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래퍼, 작가 그리고 혜아와 사랑이랑 함께 밴에서 살아가는 사람

[밴라이프 이야기 #1-46]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지

그냥 그곳에 밴을 버리고 집에 가고 싶었다. 도대체 내가 뭣때문에 여기에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나 억울했다. 허름한 내 차림새도 꼴보기 싫었고 돈이 없어서 허덕거리는 것도 지쳐있었다. 민박집이고 자시고 다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밴을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유는 몇 주 뒤에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스냅사진이 몇 건 예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약금으로 받은 돈은 이미 다…

[다이어리 #21] 무제

난 집에 대한 애착이 없다. 물론 집에 머무르는걸 좋아하는 집돌이에다가 집안일을 하는 것도 재미있어하지만 그렇다고 집을 정성들여 꾸미거나 심지어 구매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지는 않는다. 영국 유학시절 짧으면 6개월, 길어봤자 1년만 살고 이사를 다녀야만 했다. 법으로 정해진건 아니었지만 항상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사를 해야만 했다. 그때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은 내가 생활을 하는 공간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이어리 #20] 밴라이프를 위한 밴라이프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다. 언제 다시 밴라이프를 시작할거냐고. 언제 밴을 다시 만들거며 언제 나갈 계획이냐고.나갈 시기에 대해 먼저 답하자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겠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백신만 맞으면 당장 나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밴라이프를 언제 다시 시작할거냐는 질문에 난 밴라이프를 할 생각이 없다고 답하고 싶다. 난 밴라이프에 관심이 없다. 캠핑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좁은…

[다이어리 #19] 그날이 오면

몇 년 전 부터인지는 어렴풋하게 기억이 나긴 하지만 어쨋든 그 이후로 일년에 꼭 한 번은 펑펑 울고 싶은 날이 온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감성적으로 변하면서 누군가에게 푹 안겨 목이 쉴 때 까지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기간이 온다. 아무리 즐거운 생각을 하고 재미있는 계획들을 떠올려도 끝은 슬픈 생각으로 끝나며 울컥하곤 한다. 옛날 생각에…

[다이어리 #18] 음악은 추억을 싣고

음악 취향이 확고한 난(물론 혜아보단 덜하지만) 내가 인정하고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만 듣는다. 그리고 들어본 적 없는 멜로디와 창의성이 느껴지고 개성이 넘치는 음악을 좋아한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주로 영국 뮤지션들의 음악을 듣게 되는데 미술을 전공한 난 음악의 뮤직비디오도 음악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겼다. 학창시절 ‘지구촌 영상음악’ 이라는 주말 티비 프로그램과 거기에서 발매하는 잡지, 그리고 가끔 사은품으로…

[다이어리 #17] Life is Now

내 동생까지 대학교에 무사히(?) 입학하고 나자 엄마는 정말 열심히 여행을 다녔다.일하며 돈 버는게 가장 중요했던 아빠는 한국에 내버려두고 엄마는 친구분들과 함께 중국부터 유럽까지 부지런히 여행을 했다.물론 전부 다 패키지 여행이여서 영국의 빅벤 조차도 버스 안에서 봤다고 했지만 엄마는 행복해 보였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중국 여행을 다녀 온 엄마는 직접 본 중국의 충격적인 현실을 얘기하느라…

[다이어리 #16] 무제

한국에 들어와서 보니밴라이프는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레저 생활 따위 처럼 인식되고 있는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리고 실제로 그런 것 같다. 우린 단지 가장 저렴하게 먹고 자고 이동할 수 있는 수단으로 택한 것이었는데한국에선 가장 좋은 자동차에 가장 좋은 장비와 장치 그리고 일반적인 집과 다름 없는 완벽한 시설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듯…

[다이어리 #15] Permaculture

Permaculture: 영속농업. 자급자족의 공동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것을 꿈꾸며, 지속농업과 그 개념이 유사한 형태의 농업을 일컬음.오래 전 부터 내가 푹 빠져 있는 주제이다. 사실 한글로 번역된 의미는 오늘 글을 쓰면서 처음 알았고 원어 그대로의 의미로는 저것과는 다르다. Permaculture는 자연과 지구의 자원을 소비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스템 안에서 하나가 되어 필요한 만큼만 쓰고 다시 재생산을 하는,…

[다이어리 #14] 쪼개 살기

택배 일을 그만 두고 내 앞에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들이 놓여있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들도 너무 많아 그 많은 시간들도 부족하게 느껴지고 있다. 완성하지 못한 우리의 여행기도 얼른 책으로 내고 싶고 유튜브 구독자 분들을 위해 계획했던 선물 이벤트도 하고 싶으며 사진이나 영어 강의도 틈틈히 하고 싶다. 이 외에도 하고 싶은 일들을 나열해놓고 나니 오래 전 친동생이…

[다이어리 #13] Life is Now

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도 전인 80년대 초반, 아빠는 중동건설 붐을 타고 리비아로 외화를 벌러 갔다. 지금처럼 국제선 비행기가 흔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빠는 일년에 한번만 집에 왔다. 때문에 엄마는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나와 내 동생을 키우느라 독박육아를 해야만 했고 우린 아빠 없는 아이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비만 오면 온통 진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