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래퍼, 작가 그리고 혜아와 사랑이랑 함께 밴에서 살아가는 사람

[다이어리 #1] 현실이라는 이름의 자학

나는 단 한번도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한 적이 없다. 하고 싶은 일을 골랐기 때문이지 돈을 많이 버는 일을 고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부유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엄마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된 시기에 나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엄마의 병간호에 드는 비용이 워낙 막대했기에 난 학비를 지원 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만 했다. 물론…

파리 애펠탑의 저녁

[밴라이프 이야기 #1-45] 시련은 한번에 몰려온다

혜아가 한국에 갔다 오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꽤나 오래 전 부터 이야기를 나눠왔다. 밴라이프 초반에는 언제나 부족한 돈 때문에 몇 달만 한국에 들어가서 돈을 벌어 올테니 그동안 나 혼자 밴라이프를 하고 있으면 어떻겠냐고 했었다. 그 당시엔 혜아를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6개월 이내에 돌아올거라면 그렇게 하라고 대답했지만 지금 내가 아는 혜아는 아마 그때 한국에…

밴라이프의 행복

[밴라이프 이야기 #1-44] 변한 것은 우리의 욕심 뿐이었다

항상 공짜로 머물 수 있는 장소들만 찾아다녔기에 우린 별의 별 정박지들을 다 가보았다. 숲 속이나 강가는 기본이고 마트 주차장이나 공원 주차장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남의 집 앞마당에서도 정박을 하고 태연하게 잠을 잤다. 사랑이가 없을 때에는 호텔 앞 길가 주차장에서 공짜 와이파이를 쓰며 쥐죽은 듯이 하루 종일 지냈었고 밤이 늦어 더 이상 이동하게 힘들 때에는 가던…

[밴라이프 이야기 #1-43] 풀타임 밴라이퍼는 불편하다

우리는 소위 말해 풀타임 밴라이퍼다. 주말이나 휴가 때에만 즐기는 밴라이프가 아니라 먹고 씻고 자는 일을 모두 밴 안에서 해결 해야하는, 24시간 365일을 밴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풀타임 밴라이퍼 생활을 하면서 제일 귀찮을 때가 있으니 바로 식재료를 사러 갈 때이다.보통 국도로 이동을 하는 편이고 국도 중간중간에는 항상 큰 마트가 있기에 우린 지나가면서 필요한걸 그때그때 구입한다.…

[밴라이프 이야기 #1-42] 무계획과 무일푼의 밴라이프였다

2018년 초여름 영국을 출발하기 전, 물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전혀 모를 때 샴푸 스프레이를 사두었다. 이틀만 머리를 감지 않아도 금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려워졌기 때문에 난 혹시라도 물이 없어서 샤워를 못할 상황이 되면 샴푸 스프레이를 뿌려서 버틸 생각이었다. 샴푸 스프레이는 물을 전혀 쓰지 않고 머리에 그냥 뿌리기만 하면 방금 머리를 감고 말린 것…

스페인 밴라이프

[밴라이프 이야기 #1-41] 밴라이프는 사실 전쟁이다

파리를 떠난 우리는 물을 채울 수 있는 곳을 찾아가면서 무작정 서쪽을 향해 달렸다. 물이 거의 다 떨어졌기에 정말 예쁜 마을들을 그냥 지나치면서 캠핑 앱에 나와 있는 수돗가란 수돗가는 모두 가보았지만 하나 같이 물이 끊겨 있었다. 겨울이라 단수가 되었다는 안내문만 덩그러니 붙어 있을 뿐. 결국 스마트폰으로 프랑스의 서쪽 끝 ‘낭뜨’라는 마을에 사시사철 캠핑카들을 위한 수도시설이 되어…

낭뜨로 가는 캠퍼밴

[밴라이프 이야기 #1-40] 밴라이프는 나와 감정의 싸움

브뤼셀에서 스냅촬영을 마치고 덩케르크로 돌아가는 길에 우린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 나왔었던 실제 전투 지역 몇 군데를 더 들렀다. ‘포이 전투’가 있었던, 지금도 그 당시에 파 둔 참호들이 남아 있는 부아자끄 숲도 갔고 간호장교 르네가 있었던 교회 야전 병원도 갔으며 미군 셔먼 탱크가 남아 있는 곳도 갔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드라마를 좋아했기에 그 장소들이 우리에겐 특별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