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래퍼, 작가 그리고 혜아와 사랑이랑 함께 밴에서 살아가는 사람

밴라이퍼

[밴라이프 이야기 #1-39] 도둑들도 싫어한 밴라이퍼들

프랑스는 우리가 밴라이프를 하면서 가장 좋아하게 된 나라이다. 정박지 걱정이나 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어딜 가나 어렵지 않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 정박할 수 있고 한적한 주차장도 많으며 겨울을 제외하고는 물을 받거나 버리는 곳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밴라이프에서 가장 큰 걱정을 덜어내는 것이었지만 지금까진 프랑스 그 어디에서도 우리를 낯선 이방인으로 보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는 이유가…

캠퍼밴 라이프

[밴라이프 이야기 #1-38] 우린 캠퍼밴에서 살고 있다

겨울은 비수기라 대부분의 캠핑장이 문을 닫거나 열어도 14유로에서 20유로 사이로 가격이 저렴하지만 우리 통장에 여유가 없으니 캠핑장을 피하는건 당연했다. 게다가 조금만 고생하면 공짜로 물을 채울 수 있었고 약간만 아끼면 해가 짧은 겨울에도 태양열 충전만으로 전기가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내고 캠핑장에 들어갈 이유는 더욱 더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단 한번도 캠핑장을 간 적이 없던 것이었다.그런데…

[밴라이프 이야기 #1-37] 계획하지 않았으니 가능했던 날들

한 3년 전 쯤 산 워커만 밑창 한쪽이 다 닳아 없어진 채로 신고 있다가 우리도 운동을 하며 사는 인간이 되어보자고 크로아티아 동네 할인매장에서 큰 결심을 하고 5만원에 구입한 겨우 딱 한 달 신은 새 운동화였다. 결심과는 다르게 운동이라고는 스플리트 뒷산 한 번 올라간게 전부였지만 폭신폭신한 밑창의 신발을 신어본게 얼마만인지 몰라 하루하루 걸을 때 마다 감격을…

[밴라이프 이야기 #1-36] 하지만 지금의 우리가 더 행복해

프라하에는 예정보다 며칠 일찍 도착했다. 브라티슬라바에서 프라하는 정말 가까웠지만 가는 길에 마땅히 정박할 곳도 그리고 가고 싶은 곳도 없었다. 우린 유명한 여행지를 가는 것보다는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도란도란 지내는 것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빨리 시끄럽고 정신없는 도심에 들어가는 것을 택했다. 가끔은 오히려 사람 많고 정신없는 곳에서 우리가 더 눈에 띄지 않아 안전하게 지낼…

브라티슬라바 에어비앤비

[밴라이프 이야기 #1-35] 에어비앤비는 불편해야만 했다

혜아는 10월 부터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기 시작한다. 일 년 중에 혜아가 가장 기대하는 날이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면 신이 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혜아를 만나고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린 체코 프라하에서 숙소를 하루 잡아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했다. 혜아가 프라하에 가보고 싶어했고 크로아티아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된 한국인 발레리나가 크리스마스…

오스트리아 빈 크리스마스

[밴라이프 이야기 #1-34] 밴라이프, 현실과 SNS의 차이

우리는 밴라이프를 하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차박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고 심지어 우린 캠핑을 싫어했으며 지금도 싫어한다. 혼자서 밴을 타고 정처 없이 다니며 작품사진을 찍어서 무언가 해보겠다는 막연한 상상만으로 화물차를 사서 개조하다가 세계를 여행하고 싶어 하던 혜아를 만난 후 캠퍼밴은 돈 아끼면서 살아가고 일하며 여행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되었다. 오로지 수단으로만 생각했기에 편안한 삶을 기대하지 않았고 그걸 목표로 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필수요소만은 갖추자는…

[밴라이프 이야기 #1-33] 욕심을 버리면 넉넉한 밴라이프

처음엔 왜 경유를 넣으면 안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도 왜 등유난로에 경유를 넣으면 안되는지 설명해주지 않았고 등유와 경유가 왜 다른지 ‘카더라’가 아닌 직접 체험을 해본 사람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등유는 경유에 비해 훨씬 더 깨끗하게 정유가 되어있기 때문에 경유를 태우면 몸에 해로운 물질들이 나온다는 것 뿐이었다. 사실 연료비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고 쉽게…

[밴라이프 이야기 #1-32] 밴라이프는 낭만적이지 않다

기분이 상한 난 혜아와 사랑이를 데리고 버스에서 내렸다. 그때부터 주위에 있는 모든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 우리를 째려보는 듯 했고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이미 약속시간은 너무 늦어버렸고 약속장소까지 갈 방법이 없어 지인에게는 사정을 설명한 뒤에 약속을 취소하고 밴으로 다시 터벅터벅 걸어 돌아왔다. 너무나 허탈하고 힘이 빠졌지만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밴라이프 이야기 #1-31] 헝가리의 악몽

차가 흔들리고 신발이 벗겨지면서 낮선 사람이 말까지 걸고 지나가니 온통 정신이 없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엇이 원인이지 파악하기가 힘들었지만 일단은 차가 흔들려서 나온거니 반대쪽 운전석으로 돌아가보았다. 앞바퀴에는 아무런 걸쇠나 자물쇠가 걸려 있지 않았으니 일단 다행이었다. 앞문도 대충 보기에 억지로 열려고 찌그러뜨리거나 파손시킨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차는 왜 흔들리고 덜컹 거리는 소리가 났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