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24] 새벽에 쓰는 감성글

단란하고 평범한 4인 가족이었다.고집스러운 경상도 여자였지만 똑똑하고 정많은 엄마와 무뚝뚝하고 고지식하지만 능력 있는 아빠.이기적이고 차갑지만 유머가 있는 동생. 그리고 그 속에서 매일 멍하니 쓸데없는 생각만 하며 말도 안되는 계획들만 세우던 나. 하지만 가족들이랑 평생 한 집에서 하하호호 하며 살겠다는 오래 전 나의 계획과는 다르게 대기업에 취직한 동생 덕분에 한시름 놓았다며 이제 나만 취직하면 실컷 놀러…

[다이어리 #23] 냄새의 기억

나에게 냄새는 기억을 소환 시켜주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이다. 어떠한 냄새를 맡는 순간 똑같은 냄새를 맡았던 예전의 그 시간과 장소 그리고 분위기까지 마치 사진을 보고 있듯이 눈 앞에 펼쳐지고 심지어 그 때의 내 감정까지 올라오면서 난 아주 잠깐이지만 그 순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까지 든다. 요즘엔 맡기 힘들지만 대형차의 배기구에서 나오는 매연냄새를 맡으면 어렸을 적 엄마와 손을…

[밴라이프 이야기 #1-46]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지

그냥 그곳에 밴을 버리고 집에 가고 싶었다. 도대체 내가 뭣때문에 여기에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나 억울했다. 허름한 내 차림새도 꼴보기 싫었고 돈이 없어서 허덕거리는 것도 지쳐있었다. 민박집이고 자시고 다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밴을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유는 몇 주 뒤에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스냅사진이 몇 건 예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약금으로 받은 돈은 이미 다…

[다이어리 #21] 무제

난 집에 대한 애착이 없다. 물론 집에 머무르는걸 좋아하는 집돌이에다가 집안일을 하는 것도 재미있어하지만 그렇다고 집을 정성들여 꾸미거나 심지어 구매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지는 않는다. 영국 유학시절 짧으면 6개월, 길어봤자 1년만 살고 이사를 다녀야만 했다. 법으로 정해진건 아니었지만 항상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사를 해야만 했다. 그때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은 내가 생활을 하는 공간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이어리 #20] 밴라이프를 위한 밴라이프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다. 언제 다시 밴라이프를 시작할거냐고. 언제 밴을 다시 만들거며 언제 나갈 계획이냐고.나갈 시기에 대해 먼저 답하자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겠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백신만 맞으면 당장 나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밴라이프를 언제 다시 시작할거냐는 질문에 난 밴라이프를 할 생각이 없다고 답하고 싶다. 난 밴라이프에 관심이 없다. 캠핑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좁은…

[다이어리 #19] 그날이 오면

몇 년 전 부터인지는 어렴풋하게 기억이 나긴 하지만 어쨋든 그 이후로 일년에 꼭 한 번은 펑펑 울고 싶은 날이 온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감성적으로 변하면서 누군가에게 푹 안겨 목이 쉴 때 까지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기간이 온다. 아무리 즐거운 생각을 하고 재미있는 계획들을 떠올려도 끝은 슬픈 생각으로 끝나며 울컥하곤 한다. 옛날 생각에…

[다이어리 #18] 음악은 추억을 싣고

음악 취향이 확고한 난(물론 혜아보단 덜하지만) 내가 인정하고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만 듣는다. 그리고 들어본 적 없는 멜로디와 창의성이 느껴지고 개성이 넘치는 음악을 좋아한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주로 영국 뮤지션들의 음악을 듣게 되는데 미술을 전공한 난 음악의 뮤직비디오도 음악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겼다. 학창시절 ‘지구촌 영상음악’ 이라는 주말 티비 프로그램과 거기에서 발매하는 잡지, 그리고 가끔 사은품으로…

[다이어리 #17] Life is Now

내 동생까지 대학교에 무사히(?) 입학하고 나자 엄마는 정말 열심히 여행을 다녔다.일하며 돈 버는게 가장 중요했던 아빠는 한국에 내버려두고 엄마는 친구분들과 함께 중국부터 유럽까지 부지런히 여행을 했다.물론 전부 다 패키지 여행이여서 영국의 빅벤 조차도 버스 안에서 봤다고 했지만 엄마는 행복해 보였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중국 여행을 다녀 온 엄마는 직접 본 중국의 충격적인 현실을 얘기하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