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의 고향 크로아티아

[밴라이프 이야기 #2-1] 상상과 현실의 사이

크로아티아 국경을 통과했을 땐 3월 말이었고 민박집을 하기에 적당한 곳을 찾아 이사한건 4월 말이었다. 집을 구하는게 쉽지 않을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한달이나 걸릴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밴이 있었기에 집을 구하는 동안 지낼 곳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크로아티아에서 밴라이프를 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민박집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지난 해 여름에 왔을 때에도…

[다이어리 #32] 어쨋든 계속된다

책을 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우리의 밴라이프 이야기를 블로그에 써내려가기 시작한지 1년 9개월 만에 1권이 구독자들에게 배송이 되었다. 첫번 째 책의 배송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글 못 쓰겠다라는 핑계를 만들어놓고 실컷 놀다가 생각보다 2권을 읽고 싶다는 분이 많아서(3명이었던가?) 오늘부터 다음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사실 훨씬 전 부터 2권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지만, 요 몇 주 아니…

[다이어리 #31] ‘혜아밴’이 온다. 곧…

요즘 우린 여전히 넉넉하지 않지만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안정이 되었다. 1월에 입양해서 어느 덧 우리와 5개월 넘게 함께 한 파랑이도 안정되어 가는 듯 하고, 한번도 겪어 본 적 없는 큰 개 차별을 한국와서 실컷 당하고 우울해 있던 사랑이도 많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다. 혜아와 나도 번듯한 직장이나 두둑한 월급 봉투가 매달 꽂히는건 아니지만 가끔 맛있는…

[밴툰] 혜아가…

혜아는 어렸을 때 동방신기 팬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국에서 만났을 때 부터 같이 외국 음악만 들었고, 혜아는 나에게 재즈나 피아노 연주곡을 많이 들려줘서 멋져보였다. 혜아는 음악 관련 학과를 전공한 사람답게 음악에 관한 주관도 뚜렷했고 심지어 난 잘 들리지도 않는 미묘한 음악의 디테일까지 잡아냈다. 그런데 요즘 혜아가 아이돌 음악에 빠져 새벽까지 유튜브를 본단다.그것도 봤던 영상을 보고 또…

[다이어리 #30] Life is Now

우리의 유튜브 영상 마지막에 난 항상 이 자막을 넣는다. Life is Now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자막이 뜨는 영상의 마지막까지 보는지 모르겠지만 난 사람들에게 아주 작게나마 메세지를 주고 싶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고 하지만 결국 지금의 인생은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사실 나도 Life is Now라는 말에 절반 정도 공감하고 나머지 절반은 의심을 했더랬다. 밴라이프를 하면서…

사파랑이는 다르다 #1

사랑이는 샤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샤워실에 데리고 들어가는 것도 힘들었는데 작년 여름 사랑이는 샤워를 좋아하게 됐다.러시아를 통해 한국으로 가기 위해 영국을 떠나 유럽을 지나면서 우린 에어컨 없는 밴에서 버티기 위해 강가도 가고 호숫가도 갔다. 그래도 힘들면 이런저런 핑계를 가져다 붙이며 호텔에 들어갔다. 코로나 때문에 에어콘이 작동이 안되거나 제일 싼 호텔만 찾아가다보니 에어콘이 없는 곳도 있었다.…

[다이어리 #29] 요즘 불면증

잠자리에 들려고 하면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워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날을 새기 일쑤다.눈을 감기만 하면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져 너무나도 졸음이 쏟아지는데 정신이 맑아져버린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아이디어와 의문 그리고 질문들이 끊임없이 돌아다닌다. 아니 뛰어다닌다고 하는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조용한 방에 혼자 있으면 시끄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내 머릿 속은…

[다이어리 #27] 우여곡절 끝에

오랫동안 고장나 있던 아이패드가 작년 영국 농장에 오래 머물러 있을 때 뜻하지 않게 살아났다. 그래서 그때 부터 우리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얼마 그리지도 못하고 다시 아이패드는 고장나버렸다. 나의 허접한 그림을 좋아해주던 모든 사람들(혜아와 내 동생 단 두명)이 열열이 응원해준데다가 혜아가 생일 선물로 새 아이패드를 사주면서 다시 시작하려 했다. 그 동안 단 한번도 그려본 적이…

[다이어리 #25] 밴라이퍼 이야기 제 1 권

내가 킹스턴 대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 졸업전시를 준비하면서 나의 작가 타이틀을 Lazy Dean 이라고 정했다.2학년 때 매일 머리감고 단정한 옷에 머리를 못 빗으면 반드시 모자라도 쓰고 나갔던 나에게 교수는 게으르다고 했다. 푹 자고 단정하게 꾸밀 시간은 있고 작업은 하지 않으니 게으르다고 했다. 사실 그 때 즈음 주위 친구들은(죄다 영국인이였고 한국인은 나뿐이었다) 밤에 잠도 안자고 작업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