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에서 살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정박지였다. 예전 글에서도 쓴 적이 있지만 주변 환경에 따라 우리의 기분은 오르락내리락 했기에 항상 안전하고 아늑하며 눈치 볼 필요 없이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곳을 주로 선호 했다.
물론 그런 곳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느 날엔 공영 주차장에서 몰래 잘 때도 있었으며 또 어느 날엔 위험한 뒷골목에서 하루를 보낸 적도 있었다. 그렇게 좋은 정박지를 찾아 헤매다가 지치면 샤워를 해야 한다는 둥, 인터넷을 써야 한다는 둥 온갖 핑계를 다 같다 붙여서 캠핑장으로 갔다.
아늑하고 고요한 그리고 안전한(상대적으로) 캠핑장에서 하루를 보내면 그동안 정박지를 찾는라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가 스르륵 풀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면 난 또 다시 하루 더 머물러야 할 이런저런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그 곳을 떠나기 싫었기 때문이다. 이 아늑하고 안전함을 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저 캠핑장 게이트를 나가 현실과 부딪히며 치열하게 정박지를 찾고 물을 구하기 위해 하염없이 돌아다니며 주변을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내가 택배일을 그만 두고 다시 하고 싶은 일들을 하겠다고 자신감 있게 결정했지만 지금 난 캠핑장 게이트를 나가고 싶지 않은 그 때의 마음과 같은 심정이다.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