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킹스턴 대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 졸업전시를 준비하면서 나의 작가 타이틀을 Lazy Dean 이라고 정했다.
2학년 때 매일 머리감고 단정한 옷에 머리를 못 빗으면 반드시 모자라도 쓰고 나갔던 나에게 교수는 게으르다고 했다. 푹 자고 단정하게 꾸밀 시간은 있고 작업은 하지 않으니 게으르다고 했다. 사실 그 때 즈음 주위 친구들은(죄다 영국인이였고 한국인은 나뿐이었다) 밤에 잠도 안자고 작업하고 놀고 친구들이랑 얘기하다가 낮에 잠시 쪽잠을 자고 다시 작업하고 놀고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고 있었다. 집은 엄청 지저분했고 애들은 입다 벗어논 옷을 주워서 다시 입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에 난 충격을 받았다.
걔네들이 더러워서 충격을 받은게 아니라 내가 너무 단정하고 깨끗하게 하고 다니는데 시간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난 그때의 충격을 잊지 않기 위해 Lazy Dean 이라는 타이틀을 골랐고 지금까지 쓰고 있다. 3학년 교수들은 돌아가며 날 말렸다. 반어법으로 쓴건 알겠지만 매우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내 친구들도 말렸고 한 친구는 아직도 메신저로 말리고 있다.
하지만 난 Lazy Dean이 좋다. 난 정말 게으르기 때문이다. 마음 먹으면 정말 한 시간이고 하루고 일년이고 죽도록 열심히 하지만 한번 놓으면 정말 끝을 모르고 게으르게 지낸다. 한번은 겨울방학에 집 밖으로 나가기는 커녕 방문 커튼 조차도 한번 열지 않고 방 안에서 게임만 한적도 있었더랬다.
어쨋든 그렇게 게으른 내가 정말 천신만고 끝에 우리의 밴라이프 여정의 첫 부분을 기록한 책을 완성했다. 꼼꼼하게 그 순간순간을 기록하기보단 기억해두었다가 한참 후에 그날을 떠올리며 그때의 내 모습과 우리의 감정들을 회상해서 썼기에 여행기라기 보단 밴라이프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와 길 위에서의 삶에 대한 솔직한 고찰에 대한 글이 아닌가 싶다.
곧 소량 인쇄로 딱 한권만 인쇄해서 잘 나왔는지 본 뒤에 우리 이야기를 꼭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독립출판을 할 예정이다.
나도 기대된다. 근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