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라이프 이야기 #1-8] 상상과 현실의 차이

처음에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만 소리가 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브레이크에서 쇠 갈리는 소리가 커지고 나중에는 달리기만 해도 쇳소리가 났다. 우리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밴라이프는 너무나 흥미진진했고 너무나 두려웠고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깟 쇳소리에 신경이 크게 쓰이지 않았다. 어쨌든 당장은 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게다가 우린 바퀴를 수리할 수 있는 돈이 없었다. 돈이 얼마나 필요할지도 몰랐지만 단…

[밴라이프 이야기 #1-7] 채널을 건너다

밴라이프에 조금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즈음 우리는 영국의 남쪽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었다. 프랑스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서였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를 가로지는 ‘채널 해협’을 건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페리를 타고 바다를 건너거나 유로스타를 타고 땅 속으로 가거나. 우리 밴 크기의 차를 타고 건너기엔 페리가 가장 저렴했기에 그 중에서도 가장 싼 아침 첫 번째…

[밴라이프 이야기 #1-6] 경험치가 +1 증가하였습니다

갈수록 용감해지는 캠핑 장소 하루하루 밴에서 살아가는 날이 늘어날수록 캠핑장소는 점점 과감해졌다. 런던 중부 조그만 마을의 마트 뒷편 주차장과 국도변 쉼터에서 신경이 곤두서는 밤들을 보낸 뒤 우리는 계속해서 Lake District를 향해 운전해 올라갔다. 밴 화장실에 오물이 흘러 넘치고 물탱크가 비어서 쩔쩔 매면서도 우리는 잠잘 장소를 찾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가 가고 싶은…

[밴라이프 이야기 #1-5] 일단 한번 겪어보시라니깐요 2부

보통의 사람은 하룻 동안 물을 얼마나 쓸까? 아마 그 누구도 자신이 얼마나 쓰면서 사는지 계산해 본 사람은 없을거다. 물은 어디서든 틀면 바로 콸콸 쏟아지는 것이며 너무도 쉽게 원하는 만큼 쓰고 버릴 수 있는 것이기에 그 누구도 자신에게 하루에 얼마 만큼의 물이 필요한지 전혀 알지 못한다.이 전에도 언급했지만 우리나라 1인당 물 사용량은 변기용과 세탁용을 제외하더라도 하루에…

[밴라이프 이야기 #1-4] 일단 한번 겪어보시라니깐요 1부

하루하루를 거듭하며 우린 밴라이프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왠지모를 자신감 마저 차오르는 기분이였다. 날이 지날 수록 우리의 캠핑 장소는 과감해졌고 밴 안에서 보내는 저녁이 너무나도 편안하게 느껴졌다. 이제 우리는 완벽한 밴라이퍼가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거침없이 Lake District를 향해 올라갔다.가는 길목에는 혜아와 내가 좋아했던 Peak District 국립공원이 있었다. 4월의 Peak는 아름다웠고 산과 골짜기로 이어지는…

[밴라이프 이야기 #1-3] 무식하니 용감하다

2018년 4월이 끝나갈 무렵, 캠퍼밴이 완성되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소파겸 더블베드가 있었고, 어제든지 요리를 할 수 있는 ‘ㄱ’자 부엌이 마련되어 있었으며, 화장실과 샤워실도 갖춰져 있었다. 우린 백 만원 짜리 밴에 모든 것을 만들어 넣었고 그 기쁨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 어딜 가도 우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으며 좀비나 외계인이 지구를…

[밴라이프 이야기 #1-2] 주차장 라이프

‘런던에 편도 항공권을 끊고 왔어요’이 말 한마디가 중국음식에 고개를 쳐박고 있던 나를 그녀에게로 향하게 만들었다. 단 한번도, 전혀 계획 없이, ‘그냥’ 편도 항공권을 끊고 온 한국인 여자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전적으로 보였고 너무나 창의적인 여자로 보였다. 그 말 한 마디에 사람이 달라 보였다. 물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정말 아무런 계획도 없이 편도로 런던에…

[밴라이프 이야기 #1-1] 그렇게 꾸역꾸역

밴을 구하는데 3개월이 걸렸다. 돈 한푼 없이 밴을 사서 개조하기로 마음 먹고 영국으로 다시 돌아온지 딱 3개월 만에 밴을 사무실 구석 주차장에 끌고 온 것이다. 무비자로 영국에 들어왔으니 개조할 수 있는 시간은 딱 3개월이 남은거였다. 생각보다 밴을 구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개조 쯤이야 그동안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 해온게 있으니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유학시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