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35] 드디어 간다

밴을 가지러 가야만 하게 되었다. 6개월 정도 뒤에 다시 돌아올거라고 굳게 믿고 독일 아주머니의 뒷마당 창고 안에 고이 세워 뒀지만 벌써 일 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고 창고를 리모델링 해야만 한다는 연락에 부랴부랴 독일로 가야만 한다. 이런 식으로 밴을 가지러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밴을 다시 보러 간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신이 나면서도 현실적인 걱정들도 함께 밀려온다.…

[다이어리 #34] 느린 이유에 대한 고찰

렉스턴 스포츠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개조를 시작하지 못했다. 날씨도 춥고 책을 써야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건 핑계라는걸 깨달았다. 4년 전에도 상황은 똑같았다. 영국은 기록적으로 추웠고 민박집은 할 일이 넘쳐났고 밴은 오지게도 멀리 세워져 있어서 오가는데에만 몇 시간이 소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밴을 사자마자 거의 바로 개조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못하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며칠을 머릿 속에…

[다이어리 #33] 더 행복해질거 같긴 하다

이 블로그의 시작이자 존재의 이유였던 밴라이프가 멈춘 뒤로 솔직히 말하자면 블로그에서 마음이 떠나 있었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 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싶어서 의지도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번 째 책을 혼자서 발간하고 우리를 사랑해주었던 사람들이 감사하게도 책을 구입해주었으며 그 힘으로 두번 째 책을 쓰고 싶었지만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게다가…

[다이어리 #32] 어쨋든 계속된다

책을 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우리의 밴라이프 이야기를 블로그에 써내려가기 시작한지 1년 9개월 만에 1권이 구독자들에게 배송이 되었다. 첫번 째 책의 배송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글 못 쓰겠다라는 핑계를 만들어놓고 실컷 놀다가 생각보다 2권을 읽고 싶다는 분이 많아서(3명이었던가?) 오늘부터 다음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사실 훨씬 전 부터 2권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지만, 요 몇 주 아니…

[다이어리 #31] ‘혜아밴’이 온다. 곧…

요즘 우린 여전히 넉넉하지 않지만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안정이 되었다. 1월에 입양해서 어느 덧 우리와 5개월 넘게 함께 한 파랑이도 안정되어 가는 듯 하고, 한번도 겪어 본 적 없는 큰 개 차별을 한국와서 실컷 당하고 우울해 있던 사랑이도 많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다. 혜아와 나도 번듯한 직장이나 두둑한 월급 봉투가 매달 꽂히는건 아니지만 가끔 맛있는…

[다이어리 #30] Life is Now

우리의 유튜브 영상 마지막에 난 항상 이 자막을 넣는다. Life is Now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자막이 뜨는 영상의 마지막까지 보는지 모르겠지만 난 사람들에게 아주 작게나마 메세지를 주고 싶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고 하지만 결국 지금의 인생은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사실 나도 Life is Now라는 말에 절반 정도 공감하고 나머지 절반은 의심을 했더랬다. 밴라이프를 하면서…

[다이어리 #29] 요즘 불면증

잠자리에 들려고 하면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워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날을 새기 일쑤다.눈을 감기만 하면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져 너무나도 졸음이 쏟아지는데 정신이 맑아져버린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아이디어와 의문 그리고 질문들이 끊임없이 돌아다닌다. 아니 뛰어다닌다고 하는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조용한 방에 혼자 있으면 시끄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내 머릿 속은…

[다이어리 #27] 우여곡절 끝에

오랫동안 고장나 있던 아이패드가 작년 영국 농장에 오래 머물러 있을 때 뜻하지 않게 살아났다. 그래서 그때 부터 우리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얼마 그리지도 못하고 다시 아이패드는 고장나버렸다. 나의 허접한 그림을 좋아해주던 모든 사람들(혜아와 내 동생 단 두명)이 열열이 응원해준데다가 혜아가 생일 선물로 새 아이패드를 사주면서 다시 시작하려 했다. 그 동안 단 한번도 그려본 적이…

[다이어리 #25] 밴라이퍼 이야기 제 1 권

내가 킹스턴 대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 졸업전시를 준비하면서 나의 작가 타이틀을 Lazy Dean 이라고 정했다.2학년 때 매일 머리감고 단정한 옷에 머리를 못 빗으면 반드시 모자라도 쓰고 나갔던 나에게 교수는 게으르다고 했다. 푹 자고 단정하게 꾸밀 시간은 있고 작업은 하지 않으니 게으르다고 했다. 사실 그 때 즈음 주위 친구들은(죄다 영국인이였고 한국인은 나뿐이었다) 밤에 잠도 안자고 작업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