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는 샤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샤워실에 데리고 들어가는 것도 힘들었는데 작년 여름 사랑이는 샤워를 좋아하게 됐다.
러시아를 통해 한국으로 가기 위해 영국을 떠나 유럽을 지나면서 우린 에어컨 없는 밴에서 버티기 위해 강가도 가고 호숫가도 갔다. 그래도 힘들면 이런저런 핑계를 가져다 붙이며 호텔에 들어갔다.
코로나 때문에 에어콘이 작동이 안되거나 제일 싼 호텔만 찾아가다보니 에어콘이 없는 곳도 있었다.
그래서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났는데도 불구하고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랑이를 위해 억지로 샤워실로 끌고 들어가 찬물로 씻겨주기 시작했다. 조금이나마 열이 식는지 사랑이도 샤워 후엔 편안해 보였다.
러시아를 건너는데 실패하고 독일로 돌아오는 길에 인터넷에 연결해 일도 해야했고 날도 더워서 독일 근처 폴란드 국경에서 호텔에 들어갔더랬다.
여전히 에어콘이 없던 그 호텔에서 사랑이는 어느 덧 알아서 샤워실에 들어가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더우니 어서 물을 끼얹으라는 뜻이었다.
그 뒤로 사랑이는 샤워할 때 예전처럼 난리를 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드라이기는 무서워 한다.
그런데 파랑이는 샤워를 무지하게 싫어하지만 드라이기는 안무서워한다. (진공청소기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장갑브러쉬를 손에 끼고 드라이를 해주면 나른해하는 듯 보일 정도다.
- 장갑브러쉬를 한손에 끼고 드라이어로 말려주면 수건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정말 잘 마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