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다. 언제 다시 밴라이프를 시작할거냐고. 언제 밴을 다시 만들거며 언제 나갈 계획이냐고.
나갈 시기에 대해 먼저 답하자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겠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백신만 맞으면 당장 나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밴라이프를 언제 다시 시작할거냐는 질문에 난 밴라이프를 할 생각이 없다고 답하고 싶다. 난 밴라이프에 관심이 없다. 캠핑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좁은 곳에 갇혀 있는 것도 싫어한다. 우리가 밴에서 산건 꼴랑 몇 십만원 가지고 유럽을 여행하면서 (애초에 계획은 전세계 여행이었다) 저렴하게 먹고 잘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영국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벤츠 스프린터 밴을 몰았는데 화장실이 너무 급해 빈 물통을 들고 짐칸으로 들어갔다가 문득 여기서 먹고 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영국인 친구와 함께 밴을 개조해 그걸 타고 한국까지 같이 가자는 계획을 세웠던게 내게는 캠퍼밴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나의 답을 좀 더 자세하게 하자면 밴라이프를 위한 밴라이프를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단지 수단이었던 밴라이프가 목적이 되었을 때 얼마나 허무하고 부질없는지 혜아와 난 톡톡히 경험했다. 그래서 난 다시 밴으로 캠퍼밴을 만들 생각도 없다.
다시 밴라이프 시즌2를 하고 싶다고 한건 오로지 혜아가 사막도 가보고 싶고 남미도 가보고 싶으며 아프리카도 가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길이 잘 닦여 있는 유럽에서도 밴은 눈길과 빗길 흙길에서 꼼짝없이 갇혀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는데 사막과 빙판 그리고 정글 속에 밴을 타고 가는 건 죽어도 싫다.
그 어느 곳에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벗어날 수 있어야 하며 그 어떠한 위험에서도 우릴 지켜줘야 하며 지구종말이 와도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캠퍼를 만든다는 생각 뿐이고 그래서 난 군용트럭을 개조하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모든 상황을 넘어줄 수 있는 검증이 된 차량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방탄이지 않은가.
트럭캠퍼를 타고 아프리카의 어딘가를 갔을 때 영국에서 막 밴라이프를 시작하며 보았던 혜아의 신이 난 모습이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