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까지 대학교에 무사히(?) 입학하고 나자 엄마는 정말 열심히 여행을 다녔다.
일하며 돈 버는게 가장 중요했던 아빠는 한국에 내버려두고 엄마는 친구분들과 함께 중국부터 유럽까지 부지런히 여행을 했다.
물론 전부 다 패키지 여행이여서 영국의 빅벤 조차도 버스 안에서 봤다고 했지만 엄마는 행복해 보였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중국 여행을 다녀 온 엄마는 직접 본 중국의 충격적인 현실을 얘기하느라 며칠 동안 평소의 엄마답지 않게 끊임없이 여행기를 쏟아 냈고 미국에서 렌트카로 동생과 같이 여행을 하고난 뒤에는 그 렌트카를 한국에서 반드시 사야 한다며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할 정도로 순수했다. 엄마는 그 모든 사실을 직접 경험했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런 엄마의 궁극의 여행은 크루즈였다. 엄마는 큰 배를 타고 하염없이 망망대해를 떠다니며 지구를 여행하는게 소원이라고 했다. 그 말을 처음으로 내게 했던 때에 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뭐…아빠 돈 잘 벌고 엄마도 재테크 잘 하고 있으니 그게 그리 대단한 소원인가 싶었다.
엄마가 불치병 진단을 받고 난 뒤 난 엄마가 병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엄마의 정신력 뿐이라고 나혼자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그때부터 난 엄마에게 최면을 걸 듯이 얘기했다. 크루즈 여행을 가고 싶었다고 과거시제로 말하고 있는 엄마에게 크루즈 여행 반드시 해야 한다고, 나랑 같이 가야 한다고 강요하듯이 얘기 했다.
결국 엄마는 크루즈 여행을 못했지만 엄마는 나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순간까지 이런 얘기를 했다
해보고 싶은건 다 해보라고.
우리 엄마는 하고 싶은게 너무나 많았고 그걸 다 해보지 못한게 내심 억울한 것 같았다.
삶은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