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라이프를 하면서 우리가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된 것 중 하나가 환경문제였다. 최소한의 물과 최소한의 일회용품을 쓰면서 그동안 집에서 살며 얼마나 환경문제에 무심했는지 깨달았다. 우리는 70리터의 물로 일주일을 살 수 있었고 쓰레기 봉투를 꽉 채우는데에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학을 갔던 2008년도만 해도 영국의 여름은 그리 덥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에어컨이 있는 집을 보기 힘들었고 전자제품 매장에서도 흔하게 파는 물건이 아니었는데 2013년의 여름 더위는 어마무시했다. 그 때 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밴라이프를 하며 맞은 세 번의 여름도 정말 무지막지하게 더웠다. 매일 현지 뉴스에서는 몇 명이 더위로 죽었는지가 이슈였다.
크로아티아에서 살면서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화려한 여행지 뒷편에 산처럼 묻히고 있는지 보고 난 뒤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최소한 해보면서 환경 보호에 대해 얘기해보자고 했지만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다시 신나게 소비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물을 펑펑 쓰고 있으며 매일 같이 시켜먹는 배달음식으로 플라스틱은 하루이틀만에 쓰레기통을 꽉 채우고 있다.
마트에 가도 무엇하나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물건을 살 수가 없다. 얄궂은 풋고추 대여섯개도 플라스틱 비닐로 예쁘게 포장해 전시해두고 있으니 말 다했다. 결국 이 도시를 떠나지 않으면 난 불가항력적으로 계속 쓰레기를 생산하고 자원을 낭비하면서 살게될 듯 하다.
이렇게 생각만 하지만 말고 행동으로 하나씩 해보자고 나름대로 생각하며 오늘 실천한 것이 있으니 바로 우리 사파랑이들을 위한 똥봉투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단 돈 몇 천원에 수십개의 비닐로 만들어진 똥봉투를 아주 쉽게 살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지구를 생각한다고 잘 분해된다는 비닐 똥봉투를 더 비싼 돈 주고 사지만 사실 조금만 리서치를 해봐도 거의 사기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빈을 비롯한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은 길거리에 비닐똥봉투 대신에 종이봉투를 비치해놓고 있었는데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찾아보니 미국 어딘가에서 신문을 접어서 똥봉투를 대신한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며칠 전 새벽배송 중에 길에서 주운 신문을 이용해 나도 만들어봤다. 곧 산책을 나가서 테스트를 해볼 예정인데 벌써부터 지구 온난화를 막는데 크게 일조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