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로 향하던 그 당시 돈은 걱정이였지만 스트레스는 아니였다. 돈이 없다는 사실이 머리에서 떠나지는 않았어도 눈 앞에서 펼쳐지는 풍경에 항상 신이났고 옆에서 함께 즐거워 하고 있는 혜아를 보고 있기만 해도 행복했기 때문인지 돈 문제는 언제나 희미하게 생각의 저 뒤로 밀려 있었다.
연료는 게이지의 한 칸을 채울 정도만 넣었고 고속도로는 절대 가지 않았으며 제한 속도 80km인 국도도 50에서 60킬로미터를 넘지 않게 아주 천천히 달렸다. 가속 페달도 깃털을 밟는다는 느낌으로 아주 살살 천천히 밟았다. 덕분에 연비는 아낄 수 있었지만 이동거리가 그리 길지 않았고 우리 뒤에는 항상 차들이 줄지어 따라왔다. 하루에 2시간 정도만 이동하고 이틀 이상을 머물렀다.
우리의 수입원은 아주 가끔 있는 홈페이지 디자인과 신문사에 혜아가 칼럼을 기고하고 받는 쥐꼬리만한 돈이었다. 한달에 20만원도 채 안되는 돈이었지만 하루에 만원 남짓을 쓰는 우리에겐 너무나 컸기에 열심히 하고 있었다. 물론 그마저도 꾸준히 들어오는게 아니어서 경제적인 사정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밴의 계기판에는 항상 연료 경고등이 들어와 있었고, 식재료를 살 돈을 제외하고 약간의 여유가 생겨야만 주유를 할 수 있어서 언제 연료가 바닥이나 차가 멈출지도 모른채 아슬아슬하게 파리로 향했다.
프랑스엔 주유소가 촘촘하게 많고 거의 대부분이 24시간 운영을 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원하는 때에 넣을 수 있어서 연료 경고등이 들어와도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파리에 도착하기까지 약 30분 정도가 남았을 무렵 연료 게이지가 정말 바닥에 거의 다 닿은거 같아 ‘Anet’이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큰 마트 주유소에서 기름을 20유로 정도만 넣기로 했다. 무인주유소였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직불카드에 5만원 정도가 남아 있으니 기름을 넣기엔 충분해보였다. 사실 프랑스에서 무인 주유소에서 주유를 해보는건 처음이였다. 비밀번호를 입력하는게 아니라 사인을 해야하는 한국카드의 특성 때문에 결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항상 유인 주유소만 이용했기 때문이다.
주유기 옆에 결제기가 같이 있는데 이곳에 카드를 먼저 넣고 승인을 받은 후에 주유를 할 수 있다. 한국 카드를 넣으니 다행히도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안내문이 떴다. 결제가 될거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비밀번호를 넣으니 ‘승인거절’ 메세지가 나왔다. 분명히 카드에는 돈이 있고 비밀번호도 올바르게 입력했는데 계속 승인이 거절되었다. 한국 카드라 안되는걸 수도 있으니 10파운드 정도가 남아있는 영국 카드를 넣고 아주 결제를 해보기로 했다. 이마저도 거절되었다. 어쩔 수 없이 지도를 검색해서 Anet 주위에 있는 모든 주유소를 갔지만 전부 무인주유소였고 하나같이 결제가 되지 않았다. 주유소들을 돌아다니느라 기름을 더 썼고 이젠 정말 언제 시동이 꺼질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리는 시동이 꺼져도 주차장이 넓은 곳에서 꺼지자며 맨 처음 갔던 주유소의 마트 주차장으로 갔다. 그리고 영국 카드에 남아있던 10파운드를 출금해서 가장 저렴하게 많이 먹을 수 있는 닭백숙 재료를 샀다. 얼마나 이 곳에 머무르게 될지 모르니.
어느 덧 해가 지고 저녁을 먹은 뒤 혹시 모르니 다시 한번 시도해 보기로 하고 밴에 시동을 걸어 주유소를 향해 조금 움직였지만 역시 시동이 꺼져버렸다. 이제는 정말 꼼짝없이 발이 묶여버린 것이다. 밴라이프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우리가 비상 상황에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퀴가 진흙에 빠지면 빠져나올 수 있는 장비도 없었고, 바퀴가 펑크나면 교체할 스페어가 어디있는지도 몰랐으며 심지어 이렇게 연료가 다 떨어졌을 때 사서 담아 올 보조 연료통 조차도 없었다. 무기력함이 몰려왔다. 준비가 부족했다기보단 경험이 부족했다는게 맞을것 같다. 한국에서는 항상 거의 새차만 타고 잘 닦인 도로만 달렸으며 차에 문제가 있을 땐 전화만 하면 보험회사에서 수 십분 내에 달려왔으니 그 어떤 것도 신경쓸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어찌되었든 주차장 중간에서 멈춰서버린 차를 주차 위치에 제대로 넣고 이 위기상황을 어떻게 뚫고 나가야할지 고민해야했다. 밤이었지만 넒은 주차장 곳곳에 세워져 있는 가로등 덕분에 왠지모를 안도감을 느끼며 차를 밀기 시작했다. 3톤이 넘는 차를 미는건 쉽지 않았다. 혜아는 핸들을 잡아야 했으니 나혼자 밀었다. 서서히 차가 밀리기 시작할 때 즈음 주차장 입구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우리를 향해 오기 시작했다. 차를 밀기도 바쁜데 오토바이가 다가오는걸 보면서 머릿 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마트 주차장에서 정박을 할 때면 동네 청년들이 시끄럽게 개조된 오토바이를 타고 주차장을 시끄럽게 달리며 우리를 불안하게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경찰이라면 밤 중에 주차장에서 밴을 밀고 있는 모습을 설명하는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 옆에 멈춰선 오토바이에서 잘생긴 프랑스 청년이 내려 우리 밴을 같이 밀어주었다. 영어가 전혀 안되는 이 청년은 구글 번역앱을 통해서 무슨 일인지 물어봐주었고 자초지종을 모두 듣고나자 잠시만 기다리라며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버렸다. 돌아오지 않아도 참 좋은 청년 덕분에 차를 제자리에 주차시켰으니 다행이다라고 위로할 즈음 친구들이 잔뜩 타고 있는 차를 데리고 다시 나타났다. 친구들은 자신들의 카드로 10유로 어치의 기름을 빈 콜라통에 넣어주었고 마트 주차장은 여러모로 위험하다며 밴을 정박할 수 있는 곳을 직접 안내해주기까지 했다.
Anet의 친구들 덕분에 우린 무사히 하룻밤을 보내고 전날 넣은 10유로 휘발유로 갈 수 있는 최대한 가까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마저 주유를 했다. 고속도로의 주유소는 상당히 비싸지만 유인 주유소이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한국 카드로 결제할 수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프랑스 무인 주유소에서 카드로 결제를 하기 위해선 카드에 100유로 이상이 있어야만한다. 100유로를 선결제 한 뒤에 20유로만큼만 주유를 하면 나머지는 환불되는 방식이다.
어찌되었든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프랑스 파리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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