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 크리스마스

[밴스토리 #34] 밴라이프, 현실과 SNS의 차이

우리는 밴라이프를 하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차박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고 심지어 우린 캠핑을 싫어했으며 지금도 싫어한다. 혼자서 밴을 타고 정처 없이 다니며 작품사진을 찍어서 무언가 해보겠다는 막연한 상상만으로 화물차를 사서 개조하다가 세계를 여행하고 싶어 하던 혜아를 만난 후 캠퍼밴은 돈 아끼면서 살아가고 일하며 여행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되었다. 오로지 수단으로만 생각했기에 편안한 삶을 기대하지 않았고 그걸 목표로 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필수요소만은 갖추자는…

[밴스토리 #33] 욕심을 버리면 넉넉한 밴라이프

처음엔 왜 경유를 넣으면 안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도 왜 등유난로에 경유를 넣으면 안되는지 설명해주지 않았고 등유와 경유가 왜 다른지 ‘카더라’가 아닌 직접 체험을 해본 사람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등유는 경유에 비해 훨씬 더 깨끗하게 정유가 되어있기 때문에 경유를 태우면 몸에 해로운 물질들이 나온다는 것 뿐이었다. 사실 연료비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고 쉽게…

[밴스토리 #32] 밴라이프는 낭만적이지 않다

기분이 상한 난 혜아와 사랑이를 데리고 버스에서 내렸다. 그때부터 주위에 있는 모든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 우리를 째려보는 듯 했고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이미 약속시간은 너무 늦어버렸고 약속장소까지 갈 방법이 없어 지인에게는 사정을 설명한 뒤에 약속을 취소하고 밴으로 다시 터벅터벅 걸어 돌아왔다. 너무나 허탈하고 힘이 빠졌지만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밴스토리 #31] 헝가리의 악몽

차가 흔들리고 신발이 벗겨지면서 낮선 사람이 말까지 걸고 지나가니 온통 정신이 없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엇이 원인이지 파악하기가 힘들었지만 일단은 차가 흔들려서 나온거니 반대쪽 운전석으로 돌아가보았다. 앞바퀴에는 아무런 걸쇠나 자물쇠가 걸려 있지 않았으니 일단 다행이었다. 앞문도 대충 보기에 억지로 열려고 찌그러뜨리거나 파손시킨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차는 왜 흔들리고 덜컹 거리는 소리가 났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

[밴스토리#30] 부다페스트 한복판에서 밴라이프

상점들이 문을 닫는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겨우 등유를 살 수 있었다. DIY숍도 갔었고 캠핑용품점도 갔었으며 심지어 자동차 부품점까지 갔었지만 설마 팔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길가에 덩그러니 있는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철물점에서 등유를 팔고 있었다. 겨울은 이제 시작이니 한참을 쓸 수 있을만큼 사야겠다는 생각에 1리터 짜리 PET 병에 든 등유를 10병 샀다. 이정도면 충분할 것…

[밴스토리#29] 첫 한겨울 밴라이프

처음으로 배터리가 방전이 되었던건 영국에서 밴을 구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얼터네이터(자동차 배터리를 충전해주는 모터 장치)가 고장났을 때 였다. 얼터네이터를 교체하고 나서는 문제가 없었고 한번 쯤은 방전될 수 있으니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나서 프랑스 파리에서였다 . 경찰이 빨리 차를 빼라고 재촉을 하는 와중에다행히 옆에 있던 캠핑카의 도움으로 다시 시동을 걸 수 있었지만 왜 방전이 되는지는 알…

[밴스토리 #28] 하나보단 둘, 둘보다는 셋

루크의 말에 따르면 그 두 까만 강아지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태어난 자매였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태어난지 삼 개월 정도된거 같다는 둘은 그동안 꼭 붙어다녔다는데도 성격이 완전히 달라보였다. 무릎 위에 매달려있던 아이는 엄청 활발했다. 내 몸에 달라붙어 있던 다른 강아지들에게 저리 가라고 소리를 치거나 쫓아내려는 듯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바빴다. 반대로 내 발등 위에 누워 있던 아이는 별다른 움직임…

두브로브니크

[밴스토리 #27]사랑이에요

이때부터 조금씩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설마 미국에서 크로아티아로 강아지를 보내는게 그렇게 쉬울까 싶었는데 역시나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급하게 재촉하는 그 주인의 태도가 무언가 깨름칙했다. 강아지를 어떻게 항공운송을 하는지 나도 정확히 아는게 없었지만 운송을 하기 위해서 운송회사까지 갔으면서 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강아지가 비행기에 실리기 직전에서야 통관에 필요한 금액을 보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밴스토리#26] 민박집 라이프

혜아와 내가 민박집 스태프 일을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직업과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여행을 나오게 된 이야기를 민박집 식탁 앞에 맥주를 들고 앉아 듣는건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일과였다. 영국의 민박집에서 일할 땐 밤마다 맥주가 모자를 정도로 늦은 시간까지 투숙객들과 함께…

[밴스토리#25] 크로아티아에서의 여름

어차피 밴라이프를 하며 여유로움을 즐겨본 적이 없으니 아쉬울 것도 없었다. 분명 우리는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밴에서 살고 있는데 항상 바빴고 정신없었으며 고달팠다. 그러니 여유롭게 크로아티아를 즐기려던 계획이 틀어졌어도 언제나 그렇듯 우린 괜찮았다. 오히려 한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삼일 뒤에 스플리트에 도착을 하기로 계획을 바꾸고 민박집에 연락을 해 인터뷰 날짜를 앞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