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토리 #5] 일단 한번 겪어보시라니깐요 2부

보통의 사람은 하룻 동안 물을 얼마나 쓸까? 아마 그 누구도 자신이 얼마나 쓰면서 사는지 계산해 본 사람은 없을거다. 물은 어디서든 틀면 바로 콸콸 쏟아지는 것이며 너무도 쉽게 원하는 만큼 쓰고 버릴 수 있는 것이기에 그 누구도 자신에게 하루에 얼마 만큼의 물이 필요한지 전혀 알지 못한다.이 전에도 언급했지만 우리나라 1인당 물 사용량은 변기용과 세탁용을 제외하더라도 하루에…

[밴개조 #4] 수도 시설 만들기

언제 어디서든지 내가 원할 때 샤워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화장실은 숲 속에서도 해결할 수 있고 밥이야 햄버거만 사먹으면 될 뿐더러 핸드폰을 충전할 곳은 길거리에 차고 넘쳤지만 샤워를 할 수 있는 곳은 밴 안에 반드시 있어야만 했다. 밴을 개조하는 수 개월의 기간 동안 샤워실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왕 만드는거 따뜻한 물도 나오고…

[밴스토리 #4] 일단 한번 겪어보시라니깐요 1부

하루하루를 거듭하며 우린 밴라이프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왠지모를 자신감 마저 차오르는 기분이였다. 날이 지날 수록 우리의 캠핑 장소는 과감해졌고 밴 안에서 보내는 저녁이 너무나도 편안하게 느껴졌다. 이제 우리는 완벽한 밴라이퍼가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거침없이 Lake District를 향해 올라갔다.가는 길목에는 혜아와 내가 좋아했던 Peak District 국립공원이 있었다. 4월의 Peak는 아름다웠고 산과 골짜기로 이어지는…

[밴스토리 #3] 무식하니 용감하다

2018년 4월이 끝나갈 무렵, 캠퍼밴이 완성되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소파겸 더블베드가 있었고, 어제든지 요리를 할 수 있는 ‘ㄱ’자 부엌이 마련되어 있었으며, 화장실과 샤워실도 갖춰져 있었다. 우린 백 만원 짜리 밴에 모든 것을 만들어 넣었고 그 기쁨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 어딜 가도 우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으며 좀비나 외계인이 지구를…

[밴개조 #3] 오프 그리드의 시작, 태양열 시스템

사실 전기 작업은 큰 문제가 아니였다. 어렸을 때 부터 아빠에게 교육을 받으면서 자란 덕분이기도 했고, 초등학교 때 부터 꾸준히 라디오 만들기 대회에 출전 했던 경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극과 음극만 알면 ‘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에게 전기 작업은 꼬마 전구를 AA 배터리에 연결하는거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캠핑장을 다니며 지낸다면 전기를 연결할 수 있으니 걱정이 없겠지만 여행비용을 최대한…

[밴스토리 #2] 주차장 라이프

‘런던에 편도 항공권을 끊고 왔어요’이 말 한마디가 중국음식에 고개를 쳐박고 있던 나를 그녀에게로 향하게 만들었다. 단 한번도, 전혀 계획 없이, ‘그냥’ 편도 항공권을 끊고 온 한국인 여자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전적으로 보였고 너무나 창의적인 여자로 보였다. 그 말 한 마디에 사람이 달라 보였다. 물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정말 아무런 계획도 없이 편도로 런던에…

[밴스토리 #1] 그렇게 꾸역꾸역

밴을 구하는데 3개월이 걸렸다. 돈 한푼 없이 밴을 사서 개조하기로 마음 먹고 영국으로 다시 돌아온지 딱 3개월 만에 밴을 사무실 구석 주차장에 끌고 온 것이다. 무비자로 영국에 들어왔으니 개조할 수 있는 시간은 딱 3개월이 남은거였다. 생각보다 밴을 구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개조 쯤이야 그동안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 해온게 있으니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유학시절 때…

[밴개조 #2] 캠퍼밴 개조의 시작, 단열 작업

차 내부를 깨끗하게 정리 하자마자 시작한건 단열재를 붙이는 작업이였다. 사실 전선 작업을 먼저 하고 단열재를 붙여야 했다는걸 나중에야 깨달았지만 어찌되었든 차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줄 단열이 가장 중요한 기초 공사라고 생각해 우선적으로 작업하기로 했다.전체적으로 단열재를 붙이기에 어렵지 않은 구조였지만 우리가 구입한 2005년 식 Citroen Relay 밴은 직사각형 모양이 아닌 약간 굴곡이 진 벽면을 가지고 있었다.…

[밴개조 #1] 밴라이프 비긴즈

밴은 이베이에서 본 그대로였다. 많이 낡지는 않았고 기름이 새는 곳은 보이지 않았으며 뒷바퀴의 위치가 조금 애매하긴 했지만 생활 공간으로 바뀔 짐칸은 180cm인 내가 일어서도 충분한 공간이 남을 정도의 높이였다. 전혀 문제 없는 밴이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후에 꽤나 큰 문제들로 돌아왔다. 없는거 보단 낫다 루튼 공항 근처에 살고 있는 동유럽에서 온것으로 보이는 이민 노동자…